엔低 덕 본 日기업들, 사상 최대 중간배당
엔저(円低) 덕분에 실적에 자신감이 붙은 일본 기업들이 2014회계연도 상반기(4~9월) 역대 최대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엔화가치는 최근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월 결산 상장사의 상반기 중간배당은 전년 동기 대비 10%(3000억엔) 증가한 3조1700억엔(약 30조6500억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를 경신할 것이라고 15일 보도했다. 3월 결산 상장사 중 2007년 이후 비교 가능한 2262개를 대상으로 중간배당 공시를 집계한 결과다.

이 신문은 4월 소비세 인상 영향으로 기업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감소한 11조엔으로 추정되지만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전체로는 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 기업이 중간배당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배당 성향은 27%로 전년 동기보다 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창사 이래 처음 중간배당을 하거나 수십년 만에 배당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세콤은 주력인 보안사업의 호조로 상반기 주당 60엔의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미쓰비시자동차는 1997년 9월 이후 17년 만에 주주들에게 중간배당으로 주당 7.5엔을 지급한다. 프린트업체 OKI도 17년 만에 보통주에 대해 중간배당을 결정했고, 가와사키중공업은 16년 만에 중간배당을 하기로 했다. 혼다와 다이킨공업은 주당 배당액을 전년보다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일본 기업이 중간배당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것은 엔저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107.33엔으로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한 주간 달러당 2.23엔 급락해 지난해 6월 셋째주(3.82엔) 이후 15개월 만에 주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수출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지난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당 107엔대 엔화 수준이 내년 3월까지 지속되면 자동차 기계 등 주요 수출 관련 20개사의 2014회계연도 영업이익이 3500억엔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엔화가치가 1엔 떨어지면 엔·달러 환율에 민감한 일본 7개 주요 자동차회사의 영업이익은 연간 800억엔 증가한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달러당 100엔으로 사업계획을 짜 놓고 있어 107엔대에서 움직이면 남은 6개월간 2800억엔가량 이익이 늘어난다. 도요타는 1400억엔, 닛산은 455억엔, 후지중공업은 322억엔가량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간배당의 증가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순매수에 나서며 일본 증시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달 8일 이후 한 달여 만에 7.9% 상승해 16,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