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격의료 허용 서둘러라
한국의 서비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 57.3%로, 2008년 60.8%를 고점으로 한 뒤 정체돼 있다. 선진국들이 거의 모두 70% 이상인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고용의 70%를 차지하면서도 1인당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낙후된 산업이다. 따라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제고가 바로 경제 활성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서비스산업 가운데 가장 유망한 분야인 의료산업은 의료 자체와 함께 제약, 바이오, 전자, 기계 등 다양한 영역의 집합체다. 연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국민 대다수가 수요자고 세계 70억 인구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영역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의료관광이 활성화되고 있고 의료시스템의 해외수출이 이뤄지는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원격의료’는 이런 의료서비스 개선의 핵심 요소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 간 심각한 갈등 탓에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춘 디지털 사회에서 원격의료기기를 적극적으로 개발·활용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의사뿐 아니라 환자들도 개인적으로 혈당측정기, 혈압측정기, 심장박동측정기 등을 사용하고, 다양한 개인용 의료측정기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원격의료는 이런 디지털기기를 진료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디지털기기는 건강상태를 수시로 디지털화해서 어디로든 전송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의료자원의 낭비’라고 할 수 있다.

의사협회는 대면진료를 하지 않으면 오진율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며 원격진료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많은 진단이 정밀의료기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원격의료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는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환자 상태를 진료실 밖에서 수시로 모니터링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환자를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게 한다. 환자들이 더 편해지는 것이다. 또 의료비가 매년 10% 이상씩 상승하고 있는 현실에서 퇴행성질환이나 노인 및 장애인 환자들에 대해 원격의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한다.

시민단체들은 원격의료가 의료자회사 등을 허용하는 의료민영화를 위한 수단이라고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원격의료는 의료기술의 발전에 관련된 문제이고, 의료민영화는 의료기관의 운영방식이나 지배구조에 관련된 문제다.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를 엮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원격의료로 대형 종합병원으로의 환자집중이 우려된다면 이들의 외래진료를 억제하는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을 진심으로 위하는 시민단체라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부도 원격의료의 조기 정착을 위해 원격진료기기들의 기능 단순화나 가격인하를 유도해서 환자들의 구매율을 높여야 한다. 원격진료에 대한 수가(酬價) 체계도 우선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최근 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IPSOS)에 따르면 한국은 의료만족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국민들의 의료권이 상대적으로 충분히 보장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한국 국민들의 건강만족도는 2009년 기준 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국민들이 건강관리는 하지 않으면서 낮은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 익숙해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의료시스템에서는 의료비 지출이 통제없이 계속 늘어날 것이고,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원격의료를 허용해서 의료부문 전반에 의료비 절감시스템을 체화시켜야 한다.

김원식 < 건국대 경제학 교수 wonshik@kk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