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B회장 하마평 무성…낙하산 막아야…'모피아' 배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자진사퇴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이 사퇴할 경우 KB금융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 회장 선출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분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지주사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KB사태가 최고경영자 간 내분에서 비롯된 만큼 이번 기회에 지배구조를 가다듬은 뒤 시간을 두고 가장 적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 회장 후보에서 관료 출신은 일단 배제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다 임 회장이 관료 출신인 탓이다. 따라서 전·현직 KB금융 출신이나 적어도 금융계에 몸담아온 외부 인사가 후보군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직 중에선 KB금융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윤웅원 부사장(54)과 국민은행장 직무대행인 박지우 부행장(57)의 이름이 가장 먼저 오르내린다. 두 사람 모두 지주사 및 주력 계열사의 비상경영체제를 이끌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다만 모두 은행장은 몰라도 그룹 회장을 맡기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윤 부사장에 대해선 임 회장과 함께 지주사를 이끌어온 만큼 이번 KB금융 사태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KB금융에 몸담았던 인물 중에선 윤종규 전 지주사 부사장(59)을 비롯해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58), 김기홍 전 파인트리자산운용 대표(57), 최범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대표(58), 정연근(63)·이달수 전 KB데이타시스템 사장(62) 등이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윤 전 부사장은 삼일회계법인 출신으로 KB금융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지난해 국민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작년에 회사를 떠난 김 전 부행장은 내부 신망이 높아 위기의 ‘KB금융호(號)’를 추스를 수 있는 인물로 거론된다.

교수 출신으로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을 지낸 김 전 대표는 2007년 지주회사 설립기획단장을 맡아 그룹 경영체제의 기틀을 짠 인물이다. 최 대표는 2001년 국민·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회 간사위원으로 활동하다 합병 이후 2003년까지 국민은행 부행장을 지냈다.

외부 출신 금융권 인사 중에선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60)과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66), 우리은행장 출신인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65), 오갑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66) 등의 이름이 나온다. 하지만 흐트러진 KB금융을 다잡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금융권을 잘 아는 의외의 외부 인물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