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경영상] 최양하 회장, 현장·고객 목소리 즉각 반영…매출 첫 1조 가구기업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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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부문 - 최양하 한샘 회장
매주 금요일은 '현장경영의 날'…전국지사·공장 돌아다녀
"내 보물 1호는 고객의 편지"…본사 1층에 받은 선물 전시해
매주 금요일은 '현장경영의 날'…전국지사·공장 돌아다녀
"내 보물 1호는 고객의 편지"…본사 1층에 받은 선물 전시해
지난 12일 한샘의 부산지사. 최양하 회장과 주요 임원들은 대리점 사장 5명과 시공소 사장 5명으로부터 건의사항을 듣는 ‘일선 근무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건 늘 있는 일이었지만 영업을 담당하는 대리점 사장과 제품을 설치하는 시공소 사장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 자리에서 “제품 설치 시 분명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곳과 계약을 하고 시공 뒤 고객의 불만이 생기면 시공사 탓을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가격을 낮추려는 소비자에게 대리점주가 ‘마감처리가 깔끔한 제품’을 추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대리점주들은 “우리는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설치 문제는 시공사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언성이 점점 올라가는 그때 최 회장이 입을 뗐다. “시공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현장은 시공 기사가 살펴본 뒤 시공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세요. 그런 권한을 시공 기사에게 줘야 합니다.”
모두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리점이 따낸 사업을 시공 기사들이 ‘안 된다’고 거부할 수 있게 하라는 얘기였다. ‘고객이 만족하는지 여부를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현장에서 답을 바로 준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한샘 관계자는 “사실 그때 최 회장이 ‘대리점주는 현장에 맞는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야 하고 시공 기사는 가격이 안 맞더라도 마감처리는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고 넘어갈 줄 알았다”며 “그 지시에 따라 부산의 팀장들은 1주일 안에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매주 금요일을 ‘현장 경영’의 날로 선포하고 전국 지사를 돌아다니고 있다. 최근 경기 일산물류센터에 간 최 회장은 특수지게차의 움직임을 눈여겨봤다. 포장된 문짝 등을 4단짜리 대형 선반에 무작위로 보관하는데 자주 꺼내는 4층 적재물을 특수지게차로 내리고 있었다. 최 회장은 “출고가 잦은 제품을 1단에 적재하면 특수지게차를 쓰지 않아도 되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지 않느냐”며 “안전 사고의 위험성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뒤로 출고 빈도에 따라 제품보관 층수를 달리해 효율성을 높였다.
최 회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고 늘 강조한다. 한 달에 한 번은 안산 시화공단에 있는 공장을 찾아 월 생산량을 꼭 체크하고 있다. 16일에도 아침 일찍 안산 제3공장에서 월례회의를 주재,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소비자에게서 받은 30년산 위스키, 사진액자, 수묵화, 가방, 시계, 영양제 등 온갖 종류의 선물과 편지를 방배동 본사 1층에 전시하고 있다. ‘고객 감동’의 소중한 증거들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어지간한 친절로는 고객의 편지를 받지 못한다”며 “진짜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고객이 자발적으로 감사 편지와 선물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제 보물 1호는 바로 고객들이 보내온 선물과 편지들”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꼼꼼한 현장 경영’과 ‘고객감동 경영’으로 추구하는 회사의 미래는 매우 밝다. 한샘 관계자는 “대표이사(전무)를 맡은 1990년대 중반 ‘2020년 세계 500대 기업’이라는 장기 목표를 설정할 만큼 통이 큰 최고경영자”라고 말했다. “세계인의 주거문화를 책임지는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한샘의 디자인 철학으로 ‘동서양을 뛰어넘는 디자인’을 제시한 것도 최 회장의 아이디어”라고 그는 덧붙였다.
최 회장은 직원들에게 공격적인 목표를 정해 뛰도록 독려하고 있다. 현장 경영을 중심으로 생산성을 올리고, 사업 부서별로 ‘매달 30% 매출 증가’를 달성하도록 하고 있다.
한샘은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매출 5913억원, 영업이익 35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9.3%, 31.7% 증가했다.
■ 최양하 회장은…
대기업 그만두고 7평짜리 목공소 취업
한샘을 국내 1위로 키워…20년 최장수 가구 CEO
최양하 한샘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다. 첫 직장으로 대우중공업(1976년)을 선택한 것도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업 조직이 관료화돼가는 것에 실망해 회사를 옮겼다.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선택한 게 ‘7평짜리 공장에서 부엌가구를 만드는 자그마한 목공소’(한샘)였다. 그는 ‘내가 이 회사의 사장이 돼 가구업계 1위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묵묵히 일했다. 주변에선 “잘나가는 대기업 놔두고 미쳤냐”고 했지만 “사장 하러 가는 거다”라고 큰소리쳤고 입사 15년 뒤인 1994년 대표이사 전무 자리에 올랐다.
그는 1997년 종합 인테리어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 5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부엌가구를 포함한 가구업계 1위 기업이 된 것이다. 한샘은 지난해 1조69억원의 매출로 국내 가구회사로는 처음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1조원 기업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사람들의 주거문화를 책임지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주거문화 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샘이 신개념 유통망인 ‘한샘ik’를 시작하고 서울 논현동, 방배동, 잠실, 목동 등 6곳에 대형 매장(플래그숍)을 연 것도 최 회장의 “유통 혁신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야 이케아가 들어와도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최 회장은 미국, 일본, 중국 현지 법인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발을 넓히면서 가구와 생활용품 이외에 마루, 욕실, 창호, 몰딩 등 건자재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 14일 2박3일로 제주도를 찾은 것도 “어떻게 하면 한샘이 10조원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10여명의 주요 임원만 따로 모아 ‘미래를 준비하는 중장기 경영전략회의’를 연 것이다. 기존에 세워놨던 중장기 과제를 점검하고 건자재 시장 진출, 중국 사업 강화 등 미래 사업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2박3일 동안 회의를 했다.
가구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최 회장은 “세계 사람들이 한샘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 최양하 회장 프로필
△1949년 서울 출생 △서울 보성고 졸업(1968)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1973) △대우중공업 입사(1976) △한샘 입사(1979) △한샘 대표이사 전무(1994) △한샘 부엌가구 사업본부 사장(1997) △한샘 대표이사 사장(1998) △한샘 대표이사 부회장(2004) △한샘 대표이사 회장(2009~)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그 자리에서 “제품 설치 시 분명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곳과 계약을 하고 시공 뒤 고객의 불만이 생기면 시공사 탓을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가격을 낮추려는 소비자에게 대리점주가 ‘마감처리가 깔끔한 제품’을 추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대리점주들은 “우리는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설치 문제는 시공사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언성이 점점 올라가는 그때 최 회장이 입을 뗐다. “시공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현장은 시공 기사가 살펴본 뒤 시공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세요. 그런 권한을 시공 기사에게 줘야 합니다.”
모두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리점이 따낸 사업을 시공 기사들이 ‘안 된다’고 거부할 수 있게 하라는 얘기였다. ‘고객이 만족하는지 여부를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현장에서 답을 바로 준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한샘 관계자는 “사실 그때 최 회장이 ‘대리점주는 현장에 맞는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야 하고 시공 기사는 가격이 안 맞더라도 마감처리는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고 넘어갈 줄 알았다”며 “그 지시에 따라 부산의 팀장들은 1주일 안에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매주 금요일을 ‘현장 경영’의 날로 선포하고 전국 지사를 돌아다니고 있다. 최근 경기 일산물류센터에 간 최 회장은 특수지게차의 움직임을 눈여겨봤다. 포장된 문짝 등을 4단짜리 대형 선반에 무작위로 보관하는데 자주 꺼내는 4층 적재물을 특수지게차로 내리고 있었다. 최 회장은 “출고가 잦은 제품을 1단에 적재하면 특수지게차를 쓰지 않아도 되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지 않느냐”며 “안전 사고의 위험성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뒤로 출고 빈도에 따라 제품보관 층수를 달리해 효율성을 높였다.
최 회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고 늘 강조한다. 한 달에 한 번은 안산 시화공단에 있는 공장을 찾아 월 생산량을 꼭 체크하고 있다. 16일에도 아침 일찍 안산 제3공장에서 월례회의를 주재,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소비자에게서 받은 30년산 위스키, 사진액자, 수묵화, 가방, 시계, 영양제 등 온갖 종류의 선물과 편지를 방배동 본사 1층에 전시하고 있다. ‘고객 감동’의 소중한 증거들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어지간한 친절로는 고객의 편지를 받지 못한다”며 “진짜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고객이 자발적으로 감사 편지와 선물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제 보물 1호는 바로 고객들이 보내온 선물과 편지들”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꼼꼼한 현장 경영’과 ‘고객감동 경영’으로 추구하는 회사의 미래는 매우 밝다. 한샘 관계자는 “대표이사(전무)를 맡은 1990년대 중반 ‘2020년 세계 500대 기업’이라는 장기 목표를 설정할 만큼 통이 큰 최고경영자”라고 말했다. “세계인의 주거문화를 책임지는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한샘의 디자인 철학으로 ‘동서양을 뛰어넘는 디자인’을 제시한 것도 최 회장의 아이디어”라고 그는 덧붙였다.
최 회장은 직원들에게 공격적인 목표를 정해 뛰도록 독려하고 있다. 현장 경영을 중심으로 생산성을 올리고, 사업 부서별로 ‘매달 30% 매출 증가’를 달성하도록 하고 있다.
한샘은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매출 5913억원, 영업이익 35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9.3%, 31.7% 증가했다.
■ 최양하 회장은…
대기업 그만두고 7평짜리 목공소 취업
한샘을 국내 1위로 키워…20년 최장수 가구 CEO
최양하 한샘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다. 첫 직장으로 대우중공업(1976년)을 선택한 것도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업 조직이 관료화돼가는 것에 실망해 회사를 옮겼다.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선택한 게 ‘7평짜리 공장에서 부엌가구를 만드는 자그마한 목공소’(한샘)였다. 그는 ‘내가 이 회사의 사장이 돼 가구업계 1위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묵묵히 일했다. 주변에선 “잘나가는 대기업 놔두고 미쳤냐”고 했지만 “사장 하러 가는 거다”라고 큰소리쳤고 입사 15년 뒤인 1994년 대표이사 전무 자리에 올랐다.
그는 1997년 종합 인테리어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 5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부엌가구를 포함한 가구업계 1위 기업이 된 것이다. 한샘은 지난해 1조69억원의 매출로 국내 가구회사로는 처음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1조원 기업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사람들의 주거문화를 책임지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주거문화 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샘이 신개념 유통망인 ‘한샘ik’를 시작하고 서울 논현동, 방배동, 잠실, 목동 등 6곳에 대형 매장(플래그숍)을 연 것도 최 회장의 “유통 혁신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야 이케아가 들어와도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최 회장은 미국, 일본, 중국 현지 법인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발을 넓히면서 가구와 생활용품 이외에 마루, 욕실, 창호, 몰딩 등 건자재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 14일 2박3일로 제주도를 찾은 것도 “어떻게 하면 한샘이 10조원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10여명의 주요 임원만 따로 모아 ‘미래를 준비하는 중장기 경영전략회의’를 연 것이다. 기존에 세워놨던 중장기 과제를 점검하고 건자재 시장 진출, 중국 사업 강화 등 미래 사업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2박3일 동안 회의를 했다.
가구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최 회장은 “세계 사람들이 한샘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 최양하 회장 프로필
△1949년 서울 출생 △서울 보성고 졸업(1968)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1973) △대우중공업 입사(1976) △한샘 입사(1979) △한샘 대표이사 전무(1994) △한샘 부엌가구 사업본부 사장(1997) △한샘 대표이사 사장(1998) △한샘 대표이사 부회장(2004) △한샘 대표이사 회장(2009~)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