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완화된 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증가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감소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중징계로 조직 장악력이 약해지고,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슈로 영업력이 감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銀 한 달 새 1조5000억원 늘어

주택대출 다 늘었는데…하나·외환銀만 '뒷걸음'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외환 등 6개 은행 중 LTV 규제 완화가 적용된 8월 한 달 동안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한 달 만에 1조5449억원이 늘었다. 농협은행의 8월 한 달 주택담보대출도 1조4038억원 증가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서는 각각 9740억원, 3275억원 늘었다. 한국은행은 8월 한 달 동안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4조7000억원이라고 지난 11일 발표한 바 있다. 올 1~7월까지 월평균 증가액(1조5000억원)의 3배 이상이다.

4조7000억원 중 비은행권 증가액은 400억원에 불과해 은행권의 대출 주도세가 뚜렷했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8월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하나은행은 34조4368억원이던 7월 말보다 433억원 감소한 34조3935억원이었다. 외환은행도 7월보다 잔액이 500억원 줄었다. 특히 하나은행은 5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이 기간 잔액이 2000억원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 잔액은 4조1000억원, 우리은행 3조3000억원, 국민은행 3조2000억원, 신한은행이 6000억원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두 은행 통합 이슈로 영업 타격”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7월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하나은행의 이 같은 부진은 이례적이다. 하나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도 작년 말보다 1300억원 줄어든 점을 들어 그간 강점으로 꼽혀온 리테일 부문에서 영업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개인신용대출은 8000억원 넘게 늘었다.

기업대출을 포함한 하나은행의 8월 말 기준 총 원화대출도 108조2331억원으로 4월 말 108조8482억원에 비해 60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3조7000억원, 신한은행은 3조5000억원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김종준 행장이 4월 말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후 조직 장악력이 약화된 점이 실적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영업에서 금리만큼 중요한 게 직원들의 마인드와 자세”라며 “리더십이 약화되면 조직 전체의 영업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통을 겪고 있는 외환은행과의 통합도 영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직원들이 외환은행과의 교류에 차출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영업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성장은 기본적으로 대출 증가를 통해 이뤄진다”며 “조직을 추스르고 통합을 마무리하는 게 영업력 회복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