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정부가 17개 광역 자치단체에 세우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각각 분담해 창조경제 활성화를 돕는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엊그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그룹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대구시가 지역의 벤처·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창업펀드와 벤처 투자를 추진하기로 협약을 맺은 게 그 첫 사례다. 정부가 지역마다 대기업을 끌어들여 창조경제 활성화에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관 주도 혁신센터 설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혁신의 구심체 역할을 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정권마다 지역에 잔뜩 만들어놓은 각종 지원센터들을 정리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한정된 자원을 갈기갈기 찢어 칸막이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온갖 지원센터들에 이미 신물이 난 것이 현장이다. 창업과 벤처·중소기업 지원 등을 표방하는 곳만 해도 창업보육센터, 테크노파크, 특화센터, 혁신센터, 혁신클러스터, 지방과학단지, 연구개발특구 등 거론하기도 숨가쁘다. 여기에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등에 설치된 지원센터까지 합치면 3000곳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등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지자체들조차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다.

이렇게 해서 지역에서 창업이 활발히 일어나고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됐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말이 지역혁신이지 오로지 정부 예산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센터들이 대부분이다. 같은 지역의 센터들이 협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거버넌스가 복잡하다 보니 정권이 바뀌거나 새 지자체장이 오면 주도권 다툼만 벌이기 일쑤다. 지역센터 주요 보직은 중앙부처나 지자체 퇴직 공무원들의 차지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을 끌어들여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겠다면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세금만 축내는 지역혁신센터의 대대적 통폐합도 함께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