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에 대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하지만 속내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한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방편으로 엔저를 ‘활용’하고 있는 반면 한은은 외환시장의 쏠림을 우려하는 원론적인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최 부총리는 16일 외신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원·엔 환율은 한국 경제에 여러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엔화 약세의 원인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미국과 일본 통화당국의 정책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엔 환율은 최근 100엔당 950원대까지 내리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다음달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완료를 앞두고 달러가치가 오른 반면 일본의 추가완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엔화가치는 급락하면서다.

이 총재도 이날 국회 경제정책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선진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급변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아베노믹스의 한계에 부딪힌 일본이 추가완화 조치를 펴면 원·엔 환율 하락 압력으로 국내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주장해온 정부는 엔저를 ‘추가 명분’으로 삼고 있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금리를 내리면 국내 유입자금이 줄어들어 원화강세 압력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도 이날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정책여력이 충분하다”며 금리인하 카드를 거론했다. 그는 “세계 금리 수준은 굉장히 낮지만 한국은 일본처럼 초저금리가 아니며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도 했다. 이어 “가계부채에 대한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빚 우려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 총재는 “환율을 고려해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원칙적인 자세를 지켰다. 그는 “원·엔 환율 발언을 금리 인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며 시장의 일부 관측을 반박하기도 했다. 금리 카드만으론 경제회복에 대응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잠재성장률 하락,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김유미/김주완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