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포스코에너지 감독관이 서울 상암동에 있는 연료전지발전소에서 발전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제공
이상일 포스코에너지 감독관이 서울 상암동에 있는 연료전지발전소에서 발전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제공
서울 상암동에 있는 포스코에너지의 상암연료전지발전소. 660㎡(200평) 부지인 이곳에 들어서면 가로 32m, 세로 18m 크기의 발전 설비를 볼 수 있다. 배구 경기장 1개 정도의 규모다.

일반적인 발전소 크기에 비해 턱없이 작아 시험 설비 같았지만 최대 발전 용량은 2.4㎿에 달한다. 30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상일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사업실 감독관은 “연료전지는 ㎾당 설치면적이 0.18㎡에 불과하다”며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의 공간에 설치할 수 있고 1년 내내 발전이 가능해 땅값이 비싼 도심에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3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만드는 발전소가 내는 소음은 가정용 에어컨 실외기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감독관은 “연료전지발전은 수소와 산소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전기와 열만 생산하는 무공해 에너지”라며 “공해가 없고, 시끄럽지도 않아 공원은 물론 도심에 설치해 전력을 공급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료전지가 도심형 발전소로 적합한 덕에 전기가 필요한 지역 근처에 소규모로 지으면 송전탑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효율도 높다. 화력발전에서 사용하는 일반 가스터빈의 효율은 30% 수준이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70%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반면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효율은 47%에 달한다. 이 회사는 이 효율을 60%로 끌어올린 시제품도 개발했다.

뿐만 아니다. 연료전지 특성상 수소와 산소가 화학반응하면서 배출하는 열까지 활용하면 효율이 90%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런 고효율 발전소를 짓는 데 걸리는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그 비용도 150억원(2.4㎿ 기준) 정도다.

이정환 연료전지사업실 마케팅그룹 매니저는 “송전탑 문제로 민원이 나올 가능성이 없고 효율도 높아 연료전지가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 등을 대체할 대안으로 미래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2003년부터 연구에 착수했다. 하지만 기술 장벽이 높아 생각만큼 빨리 성장하지 못했다. 2007년 미국 퓨얼셀에너지(FCE)와 전략적 기술제휴를 맺고 단계별로 국산화하기로 했다. FCE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연료전지 상용화에 성공한 회사다.

포스코에너지는 FCE와 협력을 통해 2008년 연료전지 핵심 설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료전지에 연료를 공급하고 생산된 전력을 변환하는 BOP를 자체적으로 양산한 데 이어 다른 핵심 설비도 2010년까지 국산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FCE 측에서 기술이전을 꺼리면서 계획이 지연됐다. 이 매니저는 “내부적으로 FCE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총 3000억원 넘게 투자해 연구개발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원들이 학회와 해외 연구원을 쫓아다니며 밤샘 연구를 거듭한 결과 올해 FCE에서 이전받은 기술보다 한 차원 높은 연료전지 시제품을 개발했다”며 “2016년에 상용화에 성공하면 FCE를 따라잡게 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에너지는 현재 국내 26개소에 총 146㎿ 규모의 연료전지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국내 시장에 공급된 연료전지 중 90% 이상이 포스코에너지 제품이다. 지난해 3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 부문 매출을 지난해 3000억원에서 2020년까지 2조5000억원 규모로 8배 이상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로 했다. 첫 단계로 올해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해외 첫 발전소를 완공할 방침이다. 이어 일본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을 중점 공략하고 있다.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사장은 “포스코에너지와 일하는 협력업체만 380여개에 달할 만큼 연료전지 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며 “앞으로 연료전지를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LG·두산도 시장 참여…현대車는 차량용 양산

['게임 체인저'가 되자] 송전탑도 필요 없다, 연료전지는 미래 발전소
국내 연료전지시장은 포스코에너지와 미국 클리어에지파워(CEP)가 9 대 1 비율로 점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두산이 CEP와 퓨얼셀파워(FCP)를 연이어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CEP는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FCP는 주택용 연료전지에 특화한 기업이다. 지역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에 주력해 온 포스코에너지와 기술 유형이 다르다. 하지만 기술개발, 시장 확보 경쟁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LG그룹도 영국 롤스로이스 퓨얼셀시스템의 지분 51%를 인수하고 함께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차량용 연료전지를 개발해 양산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 리포트(Navigant Report)에 따르면 세계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조7000억원 정도다. 10년 뒤인 2023년에는 최대 39조원까지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 연료전지

수소와 공기 중에 있는 산소를 합치면 물과 열이 발생하는데 이 중 열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 수소 연료전지라고도 하며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같은 유해물질 없이 물만 발생해 청정에너지로 꼽힌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