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치닫는 KB사태] 끝까지 가자는 임영록…금융당국과 '전면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16일 금융위원회의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전격 제기한 것은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금융당국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 회장은 소장에서 “이런 법적 절차를 통해 그동안 왜곡됐던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KB금융 직원들의 범죄에 준하는 행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KB금융그룹과 본인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검찰 수사까지 시작된 마당에 자진 사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금융권의 관측을 비켜간 임 회장의 법적 대응은 금융위의 중징계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급박하게 다가오는 사퇴 압력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많다. 당초 KB금융 이사회가 17일 임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가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해임안 상정을 미룰 수도 있다는 점을 노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또 임 회장이 즉각 사퇴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표이사에서 해임당하더라도 이사 자리는 당분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직이라도 갖고 있는 쪽이 향후 대응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 해임만 의결할 수 있다. 이사 해임을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주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임 회장의 소송 제기를 접한 금융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임 회장이 강공으로 나오자 금융당국은 KB금융 이사회에 해임안 상정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KB금융 이사회가 대표이사 해임안을 올리지 않으면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외이사들이 임 회장을 감싸면 KB사태 장기화에 따른 회사 영업력 훼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KB금융 이사회는 17일 임 회장 처리 문제를 논의한 뒤 오는 19일께 대표이사 해임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국민은행 노조도 임 회장 해임을 위한 주주 제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일규/장창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