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업무관계로 만나 “형!”으로 부르는 이가 며칠 전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요즈음엔 통 연락을 주고받지 못한 터라 반가운 마음인데 느닷없는 한마디로 충격을 던집니다.

“아들 장가 가는데 청첩장 보낼 터이니 집 주소 좀 불러봐!” 이 무슨 변고인지? 아이들 어린 시절, 소주 마실 때 ‘사돈 맺자’고 철석같이 (?) 맹세하고선 자기 아들을 딴 여자한테 준다니...

이른바 ‘결실의 계절’이 다가온 듯 합니다. 청춘남녀들의 아름다운 결합을 알리는 청첩이 최근 잇따르는 것으로 봐서 그렇습니다. 때문에 다가오는 10월의 ‘토요일’엔 집에서 편히 쉬는 것은 접어야 할 판 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경조사에 참석하는 것은 필수사항으로 꼽히지요. 하지만 소식을 접하고 때로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언제 봤다고...이럴 때만 소식 전하나?”

사정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은 ‘모나지 않는 사회 생활을 위해 봉투에 ’축 화혼 華婚‘ 또는 ’부의 賻儀‘라고 쓰고 참석한 뒤 축하 혹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게 일반적 입니다.
/사진은 미국 케네디 묘소 = SORA 제공
/사진은 미국 케네디 묘소 = SORA 제공
우리나라 20대 30대 40대이상의 남녀 직장인 820명에게 ‘경조사비 부담’을 테마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주체=취업포털 잡코리아, 방식=웹 설문조사, 기간=2014년 9월 5~16일.]

그 결과, 국내 직장인들은 (가족외의) 경조사에 한 달에 평균 2.1회 정도 참석하고 16만원 가량 (1회당 평균 7만6280원)을 이 용도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석 회수를 연령별대로 따져 보면 직장 생활이 길어 인맥의 폭이 아무래도 넓은 40대 이상이 2.3회로 가장 많네요. 이어 30대 2.1회, 20대는 1.8회 입니다.

경조사비를 연령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20대의 경우 1회 당 7만1977원 (월평균 12만9559원), 30대는 7만9647원 (월평균 16만7258원), 40대 이상은 7만2263원 (월평균 16만6205원)으로 집계됩니다.

응답한 직장인들에게 경조사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털어놓게 해 보았습니다. 질문 “가장 부담스러운 (안가기는 그렇고 해서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경조사는 무엇인가요?”를 통해서입니다.

이에 대해 직장인들은 “결혼식”을 1순위 (응답률 65.9%)로 꼽았습니다. 이어 장례식 (48.7%) 돌잔치 (33.9%) 환갑/회갑 잔치 (13.9%)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 설문에서 장례식이 돌잔치나 환갑 보다 앞선 것은 약간 의외라는 느낌인데요. 일반적으로 “경사는 그렇지만 조사는 빠뜨리지 않는 게 좋다”고 하지요.

직장인들은 경조사에 대해 이처럼 부담감을 느끼는 배경은 역시 지출하는 돈 때문 (99.5%)으로 조사결과 드러났습니다.

설문 참여자의 62.9%는 ‘경조사비로 지출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했고 22.7%는 ‘상당히 부담 된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이 질문에 ‘부담스럽지 않다’고 한 응답은 불과 0.5%에 머물렀습니다.

국내 직장인들은 지출하는 경조사비에 대해 ‘언젠가 나도 받으려면 내야 한다’ (40.5%)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고 있습니다.

다음 많은 응답도 ‘내고 싶진 않지만 관계 때문에 억지로 낸다’ (30.9%) 입니다. 이와 달리 ‘당연히 기쁜 또는 슬픈 (장례식) 마음으로 낸다’는 28.3%에 머물렀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