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에서 대규모 주거벨트 개발은 서울 강남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 고도 성장기를 맞아 집이 부족해지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의 한강변을 따라 대규모 아파트촌을 조성했다.

이 주거벨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부동산값이 급등하자 노태우 정부는 경기도에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를 건설했다. 서울 반경 20㎞ 안팎에 있는 지역들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준농림지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는 경부고속도로 축을 따라 개발이 대거 이뤄졌다. 경기 성남·용인에서 시작해 수원을 지나 화성까지 도달했다. 그 결과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포도알처럼 주거지가 대거 형성됐다. 경부축은 강남과 함께 ‘T’자 주거벨트를 형성하면서 인기 주거지역으로 부상했다.

2000년대 초반 또다시 집값이 급등하자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일부 구간 공사 중) 주변에 대거 2기 신도시를 지정했다. 김포 한강, 인천 검단, 화성 동탄, 파주 운정 등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서울 반경 40㎞ 안팎에 자리잡고 있어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서울외곽순환도로 주변에 보금자리지구를 대거 지정했다. 기존 1기 신도시에 보금자리지구가 더해져 서울외곽순환도로 주변에 대규모 주거벨트가 형성된 것이다. 이 지구들의 분양이 현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금자리지구는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고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외곽순환도로 라인이 각광을 받자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 라인 신도시들이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 직면했다”며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입지가 좋은 서울외곽 주변에 집중되고 있어 2기 신도시들이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