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17일 오후 4시16분

[마켓인사이트] 기업, 사상 최저금리 자금조달 '콧노래'
기업들이 사상 최저 비용으로 회사채 발행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이달 들어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거나, 발행금리를 잠정 결정한 10개 기업 중 7곳이 사상 최저금리 신기록을 썼다.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로 하락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더 높은 금리 매력을 찾아 회사채로 이동한 결과다.

◆‘사상 최저 금리’ 조달 행진

이달 들어 SK루브리컨츠 연합자산관리 CJ헬로비전 하이트진로홀딩스 한국투자금융지주 AJ렌터카 오리온이 과거 같은 만기로 발행한 회사채를 통틀어 가장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 중 연합자산관리 CJ헬로비전 한국투자금융지주 오리온 등 4곳은 연 2%대 금리로 발행했다.

이들 기업이 회사채 발행에 앞서 실시한 수요 예측에는 모두 목표금액의 두 배가 넘는 자금이 몰렸다. 기관투자가들이 원하는 물량의 절반도 못 가져갈 정도로 경쟁이 심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중 금리가 급락하면서 회사채의 금리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비교적 높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위험만 없어 보이면 ‘사자’가 몰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채권평가사들에 따르면 신용등급 ‘AA’급인 우량 기업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열린 12일 사상 최저치(2013년 3월 연 2.76%)를 깬 뒤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날도 연 2.66%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연 2.36%와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일부 기업은 저금리 ‘사각지대’

회사채 시장의 온기는 건설 등 일부 취약 업종에까지 퍼지는 분위기다.

시공능력 2위와 7위 건설사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달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2012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현대건설은 1000억원 모집에 2400억원, 롯데건설은 1000억원 모집에 1400억원의 수요를 각각 끌어모았다. 한화그룹 지주회사인 한화도 수요예측 실시 이래 처음으로 모집금액을 모두 채웠다.

하지만 일부 비우량 기업은 여전히 저금리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3일 2년 만에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충분한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00억원 모집에 880억원만 참여했다.

작년 1395억원의 순손실을 낸 KCC건설은 다음달 만기 도래 예정인 14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신규 회사채로 차환하지 않고 갚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도 11월 만기 회사채 3000억원어치를 모두 보유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