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지상군을 파병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마틴 템프시 미 합참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미 군사고문단이 IS 목표를 공격하는 이라크 군과 동행할 필요가 있다면 대통령에게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추진 중인 국제 연합전선이 올바른 전략이라는 게 입증될 것”이라면서도 “만약 연합전선을 통한 대응이 실패하고 미국이 위협을 받는다면 대통령에게 지상군 투입을 제안하겠다”고 덧붙였다.

템프시 의장의 발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템프시 의장 발언에 대해 “대통령에게 전술적 제안을 해야 할 수도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언급한 것”이라며 “대통령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템프시 의장의 솔직한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처한 난처한 국면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면서 전쟁 혐오증에 걸린 미 국민에게 “지상군 파병 없이 IS를 격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그의 군 최고참모가 실토했다는 것이다. 템프시 의장은 “IS 조직원이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이동하면 지상군 투입 없이 IS를 격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의 온건 반군을 훈련·무장시켜 IS와 전투를 수행하게 하는 데만 5개월~1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상군 파병 여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지만 어떤 점에서 보면 표현 방식의 문제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이 이미 160차례 이상 공습을 퍼붓고 있는 데다 이라크에는 군사고문단 이름으로 1600명의 미군이 파견돼 있다. 물론 이들은 최전선에서 IS와 전투를 벌이지 않지만 무장하고 있고 자기방어 태세를 갖췄다고 WP는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아프간 주둔 미군을 지휘했던 존 앨런 전 해병대 대장(60)을 IS 격퇴를 위한 국제연합 대통령 특사로 임명, 동맹·우방국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원을 끌어낼 것을 주문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40여개국이 IS 격퇴 전략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30여개국은 군사적 지원 의사를 시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IS 조직원이 이라크~시리아 국경에서 제멋대로 활동하고 있고 우리 행동은 국경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시리아 내 IS 목표물을 공습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