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상장기업 주주들은 스마트폰이나 PC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회사나 주요 주주에 위임할 수 있게 된다. 의결권을 위임하는 주주에게 ‘상품 교환권’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 섀도보팅 제도 폐지로 일부 상장사가 주총 의결정족수(보통결의는 발행 주식 총수의 25% 이상, 특별결의는 3분의 1 이상)를 확보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다음달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자위임장 권유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총 못가면 '클릭'으로 위임

금융당국은 전자위임장 권유제도가 도입되면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의결정족수 미달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하기 때문에 위임장 제작과 발송 및 회수가 쉽고, 의결권을 위임하는 주주 역시 종이에 적어야 하는 지금보다 간편하게 위임장을 작성할 수 있어서다. 전자투표가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하는 것과 달리 우호세력만 골라 의결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에는 매력적이다.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으로 위임을 권유받은 주주는 △메시지 접수 △예탁결제원 사이트에서 본인인증 △위임장 전자수령 △안건별 권유자 설명 열람 △위임 결정 등 모든 절차를 앉은 자리에서 손쉽게 끝낼 수 있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예탁결제원 상장사협의회 금융투자협회 등과 ‘섀도보팅 폐지대비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 관계자는 “의결정족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섀도보팅을 활용해온 상장사들이 주로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는 기업이 의결권 위임 주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회사가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주총 참석을 요청하는 경우로 한정할 계획이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기업에도 허용하면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해 ‘돈으로 표를 사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TF 관계자는 “회사가 전자위임장 권유 메시지를 보내면서 회사가 ‘참여할 경우 2000원짜리 커피교환권을 준다’고 첨부하면 위임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장사들이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3%룰)은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내년 주총을 지켜보며 문제점을 파악한 뒤 3%룰 개정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섀도보팅

shadow voting.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 미참석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1% 지분을 보유한 주주 100명 중 10명만 주총에 참석해 찬성과 반대가 7 대 3으로 나올 경우 나머지 90명도 이 비율대로 표결한 것으로 계산한다. 내년부터 폐지된다.

오상헌/이유정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