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슈퍼푸드 海草
언론인 이규태 씨가 한국인을 내피(內皮)감각형 민족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뜨거운 국을 먹어도 시원하다고 말하는 것을 두고 한 표현이다. 음식이 뜨겁든 차든 오장육부의 감각을 자극시켜 쾌감을 느끼는 유일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국으로 가장 인기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미역국이다.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국 종류로 미역국이 으뜸이다. 산모가 미역국을 먹는 게 내부 파혈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가장 효험이 있다는 것은 신라 때부터 알고 있었다. 당나라의 서견은 초학기라는 저서에서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먹어 산후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고려(당시 통일신라)인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였다”고 적고 있다.

물론 미역만을 즐겨 먹은 것은 아니다. 김 우뭇가사리 톳 파래 매생이 청각 등 온갖 해초를 식용으로 먹는 건 한국인의 특성이다. 중국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해조류 생산국이지만 식용으로 먹는 종류로 치자면 세계 으뜸이다. 수출 효자품목으로도 떠올랐다. 지난해 한국의 식용 김 수출액만도 2000억원을 넘었다.

해초의 영양성분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이 함유돼 있어 각종 성인병 예방에 최고라는 것이다. 특히 칼륨이나 칼슘 철 성분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육지에 존재하는 모든 광물질이 세월과 함께 풍화작용에 의해 바다로 유입돼서다. 식이섬유도 많이 함유돼 있다. 다시마에 들어있는 끈적이는 성분의 알긴산이나 우뭇가사리에 많은 카라기난 등은 혈전을 없애고 혈액을 맑게 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립국어원이 채집한 제주 해녀들의 생활 구술자료를 보면 해초를 캐는 시기는 각각 다르다. 1~2월에는 모자반을 캐고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엔 톳을 채취한다. 4월 중순에서 7월 초까지 우뭇가사리, 5월에는 넓미역이다. 7월 말에는 고장풀과 갈래곰보를 따낸다. 이 때의 영양성분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완도에서 열린 해조류박람회 르포기사를 게재하면서 해초를 마법과 같은 음식이라며 극찬했다고 한다. 골프스타 최경주도 완도에서 해조류를 공수해 먹고 있다고 전했다. 완도에선 해조류 양식사업으로 수입이 증가하자 청년들이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연안에서 자라나는 해조류는 850종류나 된다. 아직 이들을 다 알지 못한다. 잡초에서 양약으로 거듭난 함초 같은 바닷말들이 널려 있다. 슈퍼푸드 해초의 앞날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