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어장관리'와 분산투자의 공통점
연애와 주식투자의 공통점은? 첫째, 처음은 언제나 짜릿하다. 둘째,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셋째, 오만해지기 시작한다. 넷째, 지금 아니어도 다시 기회가 온다.

《한국은행 총재도 모르는 B급 경제학》은 우종국 한경비즈니스 기자가 경제학을 유쾌하고 쉽게 풀어낸 책이다. 조건이 좋은 사람일수록 결혼하기 힘든 이유를 설명하며 인구의 정규분포곡선을 소개하고, 연예인 되기가 사법시험 합격보다 어려운 까닭을 확률로 따져본다. 커피전문점의 권리금과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비교하는 식으로 어려운 경제 용어를 현실의 언어로 쉽게 전한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관람하고, 광고를 보는 우리의 모든 활동은 경제와 연관돼 있다. 저자는 경제학도들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들을 위한 생활 지침서라는 의미에서 ‘B급 경제학’이란 이름을 붙였다.

쉬운 언어를 쓰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리스크 관리라는 사실을 자동차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이유에 빗대어 설명한다. 연애할 때 여러 명의 이성을 동시에 저울질하는 이른바 ‘어장관리’ 사례를 통해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결국 ‘돈의 문제’로 귀결되는 사회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택시 운전사들이 난폭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한국이 아직 저임금 노동에 기반한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기업과 사회가 안전에 대한 비용까지 아껴야 살아남는 가격 경쟁의 사회라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 명의 천재가 1만명을 먹여살리는’ 고부가산업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