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피케티 자본세를 한국에 도입?…일반화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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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주의
장하성 지음 / 헤이북스 / 724쪽 / 2만8000원
장하성 지음 / 헤이북스 / 724쪽 / 2만8000원
불평등 문제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통해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주장하며 만든 ‘장하성 펀드’로 유명한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사진)가 한국 경제의 불평등 현상을 진단한 책이다.
한국에서도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고용 없는 성장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서 나타난 이런 모순의 원인과 과정이 선진국과는 다르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이다. “선진국들의 문제가 시장 근본주의적인 정책의 산물이라면 한국의 문제들은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시점을 1995년으로 본다. 한국은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전두환 정부의 ‘경제사회 발전 5개년 계획’,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까지 30년 이상 계획경제를 해왔다. 이 시절에는 정부가 음식값, 목욕탕 요금, 여관 숙박료, 심지어 다방 커피값까지 결정했다. 목욕탕 요금을 업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은 1990년 9월부터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관행은 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쌀, 라면, 배추, 화장지 등 생활필수품 가격을 정부가 관리하겠다고 지정한 ‘MB 물가지수’도 이런 관행의 흔적이다.
저자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결과 경제 권력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이동된 것이 아니라 재벌로 이동됐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과잉과 구자유주의의 결핍이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라는 주장이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현상을 해소할 지향점으로 저자는 ‘함께 잘사는 사회’를 제시한다. “자본주의의 종말이 오지 않는 것은 대안 없이 지금의 체제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며,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 고쳐서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드는 것이 차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 ‘초과 내부유보세’ 도입, 누진세 강화, 집단소송제·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을 내세우고 있다.
장 교수는 피케티의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피케티는 불평등 심화의 해결책으로 소득세 누진 강화와 자본세 도입을 제안했다. 저자는 “나라마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현재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의 분석 결과를 다른 나라에 일반화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피케티는 ‘자본 수익률(r)이 성장률(g)보다 크다’고 말했지만 이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 시장 국가들에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피케티의 자본세를 한국에 적용할 경우 불평등 완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본세로 정부 수입을 늘려 재분배하는 정책보다 적극적인 노동정책이나 임금정책을 통해 일차적 분배를 늘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에는 ‘돈’이라는 무기가 있지만, 민주주의에는 ‘1인 1표의 투표’란 무기가 있다”며 “자본주의가 정의롭게 작동하려면 노동으로 삶을 꾸리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민주적인 정치 절차를 통해 자본가들이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한국에서도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고용 없는 성장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서 나타난 이런 모순의 원인과 과정이 선진국과는 다르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이다. “선진국들의 문제가 시장 근본주의적인 정책의 산물이라면 한국의 문제들은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시점을 1995년으로 본다. 한국은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전두환 정부의 ‘경제사회 발전 5개년 계획’,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까지 30년 이상 계획경제를 해왔다. 이 시절에는 정부가 음식값, 목욕탕 요금, 여관 숙박료, 심지어 다방 커피값까지 결정했다. 목욕탕 요금을 업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은 1990년 9월부터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관행은 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쌀, 라면, 배추, 화장지 등 생활필수품 가격을 정부가 관리하겠다고 지정한 ‘MB 물가지수’도 이런 관행의 흔적이다.
저자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결과 경제 권력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이동된 것이 아니라 재벌로 이동됐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과잉과 구자유주의의 결핍이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라는 주장이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현상을 해소할 지향점으로 저자는 ‘함께 잘사는 사회’를 제시한다. “자본주의의 종말이 오지 않는 것은 대안 없이 지금의 체제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며,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 고쳐서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드는 것이 차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 ‘초과 내부유보세’ 도입, 누진세 강화, 집단소송제·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을 내세우고 있다.
장 교수는 피케티의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피케티는 불평등 심화의 해결책으로 소득세 누진 강화와 자본세 도입을 제안했다. 저자는 “나라마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현재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의 분석 결과를 다른 나라에 일반화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피케티는 ‘자본 수익률(r)이 성장률(g)보다 크다’고 말했지만 이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 시장 국가들에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피케티의 자본세를 한국에 적용할 경우 불평등 완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본세로 정부 수입을 늘려 재분배하는 정책보다 적극적인 노동정책이나 임금정책을 통해 일차적 분배를 늘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에는 ‘돈’이라는 무기가 있지만, 민주주의에는 ‘1인 1표의 투표’란 무기가 있다”며 “자본주의가 정의롭게 작동하려면 노동으로 삶을 꾸리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민주적인 정치 절차를 통해 자본가들이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