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있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본사 정문 내부. 에드 캣멀 픽사 사장은 “직원들의 근무습관과 재능,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모든 창조적 사업의 핵심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데버러 콜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있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본사 정문 내부. 에드 캣멀 픽사 사장은 “직원들의 근무습관과 재능,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모든 창조적 사업의 핵심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데버러 콜먼
“인수 계약서에 서명한 뒤, 스티브 잡스는 우리를 두 팔로 감싸 안으며 말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서로 배신해선 안됩니다.’ 그 순간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오랜 산고를 겪은 끝에 마침내 픽사가 탄생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책마을] 창조적 일꾼 원한다면…직원 공부시키는 '픽사'에서 배워라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공동설립자이자 사장이며,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사장을 겸임하는 에드 캣멀(사진)은 《창의성을 지휘하라》에서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역량을 모아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소개한다.

이 책은 픽사의 기업문화를 구축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픽사 경영진이 창의적 기업문화를 육성하고자 채택한 다양한 경영전략들을 소개한다. 캣멀은 ‘불확실성과 불안, 소통 부족,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처하는 메커니즘’이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책마을] 창조적 일꾼 원한다면…직원 공부시키는 '픽사'에서 배워라
1964년 미국 유타대에 입학한 그는 컴퓨터공학과에서 예술과 기술을 접목하는 일을 했다. 스물여섯 살 때 연필 대신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그리는 기술을 개발해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대학 졸업 후 뉴욕공과대 컴퓨터그래픽 연구소 소장이 됐고, ‘스타워즈’ 감독인 조지 루카스 소속 영화사의 ‘그래픽스그룹’ 경영자가 됐다. 이후 자금 압박을 받은 루카스는 그래픽스그룹을 매각하기로 결심했고, 1986년 2월 잡스가 인수해 픽사를 설립했다. 그해 캣멀은 신생 기업 픽사의 사장이 됐다.

세계 최초의 장편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픽사의 모든 직원은 5년간 고군분투하며 예술성, 기술적 역량, 집념과 인내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당시 픽사는 파산 위기에 처한 신생 영화사였지만 직원들은 강한 신념으로 뭉쳤다. ‘토이 스토리’는 3억5800만달러를 벌어들여 1995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로 기록됐다.

영화는 아이디어의 집합체다. 이런 아이디어를 구성하고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직원들의 근무습관과 재능, 가치’ 즉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모든 창조적 사업의 핵심 성공 비결이다. 캣멀은 ‘토이 스토리2’ 제작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창의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을 집단지성으로 모으는 메커니즘인 ‘현장 답사’ ‘한도 설정’ ‘기술과 예술의 융합’ ‘소규모 실험’ ‘픽사대학’ 등을 소개한다.

픽사대학의 초기 강좌들은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당시 120명 직원 중 100명이 픽사대학에 등록했다. 그 결과 커리큘럼은 실사영화 제작, 디자인,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부터 조각, 회화, 연기, 명상, 발레 등 다방면으로 확대됐다. 픽사대학은 조직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꿨다. 모든 직원이 직위에 상관없이 다른 직원이 하는 일을 존중하도록 가르쳤다.

픽사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노트 데이(notes day)’라는 제도를 실험했다. 노트 데이는 회사 전체 직원이 참여하는 토론회 형식의 행사로, 직원들의 창의성을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했다. 참석자는 직급이나 부서 기준이 아니라 각자 관심 사항에 따라 조직됐다. 이 제도는 문제 해결이 지속적이고 누적적인 과정이라는 아이디어에 근거를 뒀기 때문에 처음부터 회사 전체에 변화를 몰고 왔다. 토론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은 사장되지 않고 픽사를 더 나은 기업으로 바꿔 나갔다.

저자는 ‘넉넉한 자유, 발칙한 상상력, 엉뚱한 이탈’로 표현되는 기업문화야말로 픽사가 성공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픽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문제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고, 그중 상당수는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인정한다는 점이다. 픽사 직원들은 자신이 그냥 지나쳐버리는 문제들을 찾아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문제를 발견하면 모든 에너지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한다.

픽사 사장으로서 캣멀의 목표는 픽사가 창업자들보다 오래 생존할 수 있게 계속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의적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직원들이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창의적 잠재력이 표출되도록 이끌어주는 게 경영자의 고귀한 임무라고 강조한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