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영희 선생 추모 30주년 기념 유필전이 18일 서울 관훈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심재갑 길영희선생기념사업회 고문, 박준현 제물포고 총동창회장, 신동찬 제물포고 교장, 추연화 길영희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유영익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길영희 선생 추모 30주년 기념 유필전이 18일 서울 관훈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심재갑 길영희선생기념사업회 고문, 박준현 제물포고 총동창회장, 신동찬 제물포고 교장, 추연화 길영희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유영익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초대 교장을 지낸 길영희 선생(1900~1984)의 서거 30주년 기념 추모 유필전이 열렸다.

길영희 선생 기념사업회는 1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서울과 인천에서 길 선생 서거 30주년 기념 추모 유필전을 연다. 서울에서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백악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개회식을 열고 오는 24일까지 유필전을 개최한다. 인천에서는 인천 중구 중앙동 선광문화재단 전시실에서 2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연다.

‘한국의 페스탈로치’로 불리는 길 선생은 일제 시대 독립운동가이자 인천중과 제물포고 교장을 맡아 두 학교를 명문으로 키운 국내 대표적 교육자다.

평안북도 희천에서 태어난 그는 평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성의학전문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경성의전 1학년 당시 3·1 만세운동에 학생 대표로 참여했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옥고를 치렀다. 이후 배재고등보통학교에 편입해 수석졸업한 뒤 일본 히로시마고등사범학교 역사법제경제학과에 입학, 역사를 전공했다. 이후 1945년 인천중 교장에 부임했고, 1954년 제물포고 설립을 주도해 초대 교장을 맡았다.

요행이 통하지 않고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성품이어서 ‘석두(石頭)’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부패가 만연했던 자유당 시절 친조카의 제물포고 입학 민원을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길 선생은 1961년 정년퇴임 이후 충남 예산에 가루실농민학교를 설립해 운영했다. 당시 제자들에게 평생 애독한 논어의 명구를 골라 작성한 발췌문을 친히 휘호해 나눠주며 좌우명으로 삼으라고 권했다. ‘유한흥국(流汗興國·땀 흘려 나라를 일으킨다)’ ‘허심순리(虛心循理·마음을 비우고 이치에 따른다)’ 등 거울 같은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문구들이다.

윤석만 길영희 선생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이번 유필전은 서거 30주년을 맞아 양심적이고 올곧았던 길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열었다”며 “제물포고는 전국에서 ‘무감독 시험’을 처음 치렀을 정도로 양심적이고 신념에 따른 교육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길 선생님의 교육철학 덕분”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 유영익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배명인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길 선생의 제자들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