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왼쪽 두 번째)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추천단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박영선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왼쪽 두 번째)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추천단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박영선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18일 당 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문희상 상임고문(69)을 선출했다. 문 고문은 내년 초 전당대회를 위해 당 조직을 재건하고 최근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 비대위원장 영입 논란’으로 빚어진 내홍을 수습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전·현직 당 대표와 원내대표, 상임고문단 회의를 열고 문 고문을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총 26명의 당 원로 중 권노갑 김한길 문재인 이해찬 정세균 한명숙 상임고문 등 22명이 참석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회의 결과를 존중해 19일 의원총회에서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곧바로 문 고문을 임명할 예정이다.

○범親노무현계지만 옅은 계파색

문 고문이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월에도 대선 패배 후 충격에 빠진 당을 수습하고자 출범한 비대위의 선장을 맡아 그해 5월 전당대회 전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문 고문은 원래 동교동계 출신이지만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는 초대 비서실장을 맡는 등 범 친노무현(친노)계 그룹에 속한다.

그렇지만 계파 색채는 엷다. 당 관계자는 “특유의 친화력과 모나지 않은 성품 덕에 적(敵)을 만들지 않았고, 내부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 중재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5·4 전당대회에서도 문 위원장이 설계한 ‘경선 룰’에 따라 비노계의 수장 격인 김한길 전 대표가 선출됐지만 당 안팎에서 별다른 잡음이 일지 않았다.

탤런트 이하늬의 외삼촌이기도 한 문 고문은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고 불린다. 외모는 투박하지만 두뇌 회전이 빠르고 기획·분석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학생운동 경력이 문제가 돼 임용에서 탈락하는 등 아픔을 겪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 인사들이 19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의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당 외곽 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초대 회장을 지냈고 1992년 14대 총선 때 경기 의정부에서 처음 금뱃지를 달았다.

박근혜 대통령과도 친분이 깊은 편이다. 16대 국회에서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에는 여야 대표로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문 고문은 2002년 한 일간지의 ‘칭찬 릴레이’에서 박 대통령을 “균형 감각과 역사 의식이 뛰어난 나무랄 데 없는 정치인”으로 평가했다.

○비대위는 ‘혁신형’에서 ‘관리형’으로

박 전 위원장이 추구한 ‘혁신형 비대위’는 당내 갈등으로 좌절됐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투쟁 정당 이미지를 벗고 중도 색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당을 혁신하기 위해 ‘이상돈 카드’를 내밀었지만 결국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문 고문은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공정한 전당대회를 치르는 데 역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기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계파 간 힘 겨루기가 불가피한 데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정기국회 정상화라는 외부 과제도 녹록지 않아 문 고문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