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에 있는 인쇄회로기판(PCB) 검사업체 엘엠디지털. 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인 이 회사는 작년까지 비효율적인 검사공정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PCB 검사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회로기판 핀(구멍)에 검침을 꽂아 전기신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100% 수작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해결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1957개 中企, 생산성·재무 50%이상 좋아져
삼성전자는 중소기업 대상의 경영·생산성 혁신 프로젝트인 ‘산업혁신 3.0’에 따라 엘엠디지털에 공정개선 컨설턴트를 파견했다. 6개월여에 걸친 컨설팅 결과, 엘엠디지털은 검사공정 속도를 분당 59핀에서 157핀으로 166% 늘릴 수 있었다. 생산성 향상은 곧바로 12억9000만원의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회사 연매출(240억원)의 5%에 달하는 규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추진하는 ‘산업혁신 3.0’ 사업이 1년 만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산업혁신 3.0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자금을 지원해 2·3차 협력사 및 영세 중소기업의 생산성 혁신을 꾀하는 프로젝트다.

산업부와 대한상의는 18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산업혁신 3.0의 제1차연도 성과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까지 5년간 진행하는 것으로, 영세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산업현장 새마을운동’이다. 추진방식은 간단하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낸 자금으로 영세 중소기업에 전문 컨설턴트를 파견, 생산성 및 경영기법 혁신을 돕는다.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사업 시행 성과는 상당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등 53개 대기업과 15개 중견기업이 갹출한 지원규모는 435억원. 산업부와 대한상의는 이 돈을 이용해 1957개 영세 중소기업에 852명의 컨설턴트를 파견해 혁신 활동을 지원했다.

이 결과 영세 중소기업들은 프로젝트 시행 1년 만에 업체당 평균 51.7%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냈다. 불량률, 납기준수율 등을 그만큼 개선했다는 의미다. 금액으로 환산한 수익증대 효과만 365억원(1개사당 연간 2400만원)에 달한다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산업혁신 3.0이 가져온 고용창출과 투자확대 효과도 컸다. 프로젝트 수혜 중소기업 중 213개사가 455명을 신규 고용했으며, 864개사가 410억원의 신규투자를 늘렸다.

산업부와 대한상의는 1차연도 성과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2차연도(2014년 8월~2015년 7월)에는 434억6000만원의 지원금을 조성해 2018개 영세 중소기업의 혁신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