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가까운 법정공방 끝에 현대자동차 하도급업체 근로자 990여명의 계약관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1심 법원은 “사실상 현대차의 직접 고용관계”라며 하도급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노조 측은 승소결과를 토대로 강도 높은 정규직화 투쟁을 선언했다. 현대차 측은 자체 추진 중인 특별고용 합의안을 통해 하도급근로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법원 “도급이 아니라 파견”

법원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 994명 정규직 인정"
재판부는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법적지위와 관련, “현대차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 도급(하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현대차와 협력업체 간 체결된 계약에 협력업체가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에 관해 아무런 내용이 없고 △담당공정이 현대차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된 점 △근무시간 이동속도 등 기초질서에 관한 감독지침을 협력업체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했으며 △현대차가 협력업체에 물량을 배치하고 작업지시를 내린 점 등을 들었다. 이는 2010년 7월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도급업체 소속 최모씨가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최씨 손을 들어줄 때 적용한 법리와 비슷하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은 2년 이상 노동자를 파견받아 쓰면 고용 간주조항에 따라 근로자 지위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또 단 하루라도 불법파견 상태에서 일하면 직접 고용하도록 했다.

법원은 근로자들이 주장한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도 인정했다. 현대차와 원칙적으로 고용계약을 하지 않은 하도급업체 근로자도 실질적으로 현대차와 고용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정규직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을 적용한 체불 임금을 달라는 원고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전체 580억원 중 231억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현대차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산정돼야 하고, 현대차는 원고들에게 고용관계가 성립한 날 이후 사내협력업체로부터 수령한 임금 상당액을 공제한 나머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경투쟁” vs “단계적 정규직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 노조는 현대차를 상대로 강도 높은 정규직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1심에서 승소한 994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가운데 650명이 울산공장 비정규 노조원들로 확인됐다. 울산공장 비정규 노조는 지난달 현대차와 현대차 정규직 노조, 아산 및 전주공장 비정규 노조가 비정규직 특별고용 합의안을 마련할 때 “전원 정규직화 없이는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현대차는 즉각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와야 이들의 근로자 지위와 밀린 임금 등에 대한 정산이 이뤄질 수 있다”며 “현재로선 어떤 대응책도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대신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내년까지 총 4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한 특별고용 합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채용된 2438명을 제외한 나머지 1562명에 대해서도 단계적 채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16년 이후부터는 정규직들의 퇴직 등 결원 발생 시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을 우선 채용키로 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2020년까지 정규직 퇴직인원이 5000~6000여명에 이르기 때문에 특별고용에 따른 채용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사내하도급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석준/울산=하인식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