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서 '바다의 맛'…中·日 관광객들에게 '물 좋은 곳'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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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서울 여행'필수 코스' 노량진수산시장
펄떡이는 생선 직접 고르면
바로 회 떠주고 매운탕 보글보글
외국인들 눈과 입 사로잡아
청결 신경쓰고 원산지 표시 강화
상인들도 외국어 배우고 손님 잡기
8월까지 수산물거래 2210억
서울 여행'필수 코스' 노량진수산시장
펄떡이는 생선 직접 고르면
바로 회 떠주고 매운탕 보글보글
외국인들 눈과 입 사로잡아
청결 신경쓰고 원산지 표시 강화
상인들도 외국어 배우고 손님 잡기
8월까지 수산물거래 2210억
지난 12일 서울 노량진동 노량진수산시장. 일본 지상파 방송 텔레비도쿄의 ‘당신의 점심밥을 보여주세요’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개그우먼 와타나베 나오미 씨가 활어 매장에서 광어를 구입한 뒤 회 뜨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잠시 뒤엔 양념값을 받고 즉석에서 킹크랩, 매운탕 등 해산물을 요리해주는 수산시장 내 식당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으면서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도심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직접 사고 즉석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수산시장은 처음 본다”며 “(방사능 오염 때문에) 자국 수산물 소비를 꺼리는 일본인 사이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촬영을 왔다”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이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모이는 관광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에 따르면 노량진수산시장에는 하루 평균 500명 정도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일본인 등을 합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임병득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기획총무부장은 “평일에는 한국인보다 외국 사람이 많은 날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이 서울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이유는 도심에 있으면서 싱싱한 해산물을 직접 볼 수 있는 한국 전통 수산시장만의 매력 때문이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십여명이 수산물을 사기 위한 흥정이 한창이었다. 중국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해산물은 킹크랩 전복 꽃게 키조개 등 대부분 고가(高價) 어종이었다. 이들은 커다란 킹크랩을 두 손으로 들고 자세히 살펴보거나 활어 매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신기해하며 그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연신 찍어댔다.
시장 운영사인 수협 자회사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의 노력도 한몫했다. 2001년에 이곳을 인수한 수협중앙회는 경매 활성화를 통해 이곳에서 판매되는 수산물의 중간 마진을 낮췄고 거액을 투자해 시장의 청결도를 높이고 있다. 낡고 오래된 수산시장의 이미지를 조금씩 벗어나 전통과 역사를 살린 한국판 ‘퀸시 마켓(미국 보스턴의 수산시장)’의 면모를 조금씩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는 또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별에서 온 그대’ 등 인기 드라마와 영화, 예능프로그램 촬영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한류 열풍에 편승하는 마케팅 전략을 써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덕호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대리는 “올 들어 중국 저장TV의 음식프로그램 ‘십이도봉미’ 등 5~6 차례에 걸쳐 중국 TV프로그램이 와서 촬영을 했다”며 “몇 년 전부터 지인을 통해 간간이 오던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최근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산시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리신칭 씨(28)는 “드라마를 통해 노량진수산시장을 접했다”며 “여행 책자에도 꼭 가봐야 할 장소로 자세히 소개돼 있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방사능 오염수 누출로 인한 공포도 노량진수산시장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품목에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고 시장에 방사능 측정기를 곳곳에 배치했다. 김 대리는 “중국인들이 방사능 누출 사고를 겪은 일본산 수산물과 달리 한국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며 “원산지 표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거래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거래된 수산물은 2010년 3471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1년 3577억원, 2012년 363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 공포가 영향을 미친 지난해(3446억원)에는 거래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올해 8월까지 거래된 수산물은 2210억원으로 전년(2166억원)보다 439억원(20.2%) 늘었다.
상인들도 외국인 손님을 맞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시장 내에서는 ‘중국어교류(中國語交流·중국어 가능)’란 표시를 한 매장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조선족 등 중국어가 가능한 종업원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족 출신의 한 종업원은 “중국인과 홍콩 마카오 대만 등에서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단체로 와서 고가의 킹크랩이나 전복 등을 대량 구매한다”고 말했다.
산지에서 올라온 수산물이 시장 1층에 자리한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장면도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풍경.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수산물의 48%(거래 금액 기준)가 노량진수산시장을 통해 거래되는데 경매 장면을 보기 위해 새벽에 시장을 찾는 관광객도 있다는 게 수협 측 설명이다.
손님이 늘어난 곳은 수산시장만이 아니다. 노량진역 인근에 있는 화장품 로드숍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주변 상권도 수산시장의 인기에 힘입어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그는 “도심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직접 사고 즉석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수산시장은 처음 본다”며 “(방사능 오염 때문에) 자국 수산물 소비를 꺼리는 일본인 사이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촬영을 왔다”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이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모이는 관광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에 따르면 노량진수산시장에는 하루 평균 500명 정도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일본인 등을 합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임병득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기획총무부장은 “평일에는 한국인보다 외국 사람이 많은 날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이 서울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이유는 도심에 있으면서 싱싱한 해산물을 직접 볼 수 있는 한국 전통 수산시장만의 매력 때문이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십여명이 수산물을 사기 위한 흥정이 한창이었다. 중국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해산물은 킹크랩 전복 꽃게 키조개 등 대부분 고가(高價) 어종이었다. 이들은 커다란 킹크랩을 두 손으로 들고 자세히 살펴보거나 활어 매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신기해하며 그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연신 찍어댔다.
시장 운영사인 수협 자회사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의 노력도 한몫했다. 2001년에 이곳을 인수한 수협중앙회는 경매 활성화를 통해 이곳에서 판매되는 수산물의 중간 마진을 낮췄고 거액을 투자해 시장의 청결도를 높이고 있다. 낡고 오래된 수산시장의 이미지를 조금씩 벗어나 전통과 역사를 살린 한국판 ‘퀸시 마켓(미국 보스턴의 수산시장)’의 면모를 조금씩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는 또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별에서 온 그대’ 등 인기 드라마와 영화, 예능프로그램 촬영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한류 열풍에 편승하는 마케팅 전략을 써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덕호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대리는 “올 들어 중국 저장TV의 음식프로그램 ‘십이도봉미’ 등 5~6 차례에 걸쳐 중국 TV프로그램이 와서 촬영을 했다”며 “몇 년 전부터 지인을 통해 간간이 오던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최근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산시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리신칭 씨(28)는 “드라마를 통해 노량진수산시장을 접했다”며 “여행 책자에도 꼭 가봐야 할 장소로 자세히 소개돼 있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방사능 오염수 누출로 인한 공포도 노량진수산시장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품목에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고 시장에 방사능 측정기를 곳곳에 배치했다. 김 대리는 “중국인들이 방사능 누출 사고를 겪은 일본산 수산물과 달리 한국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며 “원산지 표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거래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거래된 수산물은 2010년 3471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1년 3577억원, 2012년 363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 공포가 영향을 미친 지난해(3446억원)에는 거래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올해 8월까지 거래된 수산물은 2210억원으로 전년(2166억원)보다 439억원(20.2%) 늘었다.
상인들도 외국인 손님을 맞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시장 내에서는 ‘중국어교류(中國語交流·중국어 가능)’란 표시를 한 매장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조선족 등 중국어가 가능한 종업원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족 출신의 한 종업원은 “중국인과 홍콩 마카오 대만 등에서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단체로 와서 고가의 킹크랩이나 전복 등을 대량 구매한다”고 말했다.
산지에서 올라온 수산물이 시장 1층에 자리한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장면도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풍경.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수산물의 48%(거래 금액 기준)가 노량진수산시장을 통해 거래되는데 경매 장면을 보기 위해 새벽에 시장을 찾는 관광객도 있다는 게 수협 측 설명이다.
손님이 늘어난 곳은 수산시장만이 아니다. 노량진역 인근에 있는 화장품 로드숍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주변 상권도 수산시장의 인기에 힘입어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