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2227억 들여 '현대화'…글로벌 입맛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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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싱싱함·친절 빼고 다 바꿔
43년 된 낡은 냉동창고 철거
냄새나는 시설은 모두 지하로 옮겨
백화점같은 6층 건물로 변신 중
세계 3대 음식시장 선정
스페인·영국 시장과 어깨 나란히
'별그대 효과' 겹쳐 中·日 관광객 밀물
서비스산업 활성화 주역으로 거듭나
싱싱함·친절 빼고 다 바꿔
43년 된 낡은 냉동창고 철거
냄새나는 시설은 모두 지하로 옮겨
백화점같은 6층 건물로 변신 중
세계 3대 음식시장 선정
스페인·영국 시장과 어깨 나란히
'별그대 효과' 겹쳐 中·日 관광객 밀물
서비스산업 활성화 주역으로 거듭나
“오, 사, 삼, 이, 일! 콰과과광…….”
지난달 10일 오후 4시.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5층짜리 거대한 빌딩은 40㎏가량의 다이너마이트가 일제히 폭발하자 조용히 쓰러져 내렸다. 폭파된 건물은 노량진수산시장 내에 위치한 대형 냉동창고였다. 1971년에 완공돼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노량진수산시장을 43년간 유지해준 냉동창고는 800여개 뇌관이 터진 뒤 10초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폭파 이후 일어나는 엄청난 먼지 탓에 노량진수산시장을 관리하는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임직원들은 잔뜩 긴장했다. 다행히 폭파 직후 예상치 않았던 비가 내리면서 먼지는 다 가라앉았다. 수산시장 관계자는 “하늘이 보살펴준 일”이라고 했다.
대형 냉동창고가 폭파된 건 노량진수산시장을 현대화하기 위해서다. 한국경제신문 본사 앞인 서울 중림동에 1927년 한국 최초로 수산시장이 생기면서 한국의 수산 현대사는 쓰여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있던 수산인들이 1971년 지금의 노량진수산시장이 만들어지자 옮겨갔다. 그 이후 43년이 지나면서 노량진수산시장 건물은 벽돌이 떨어지고, 금이 갔다. 낙후된 시설 탓에 생선 하수처리가 잘 되지 않아 하루 300여의 생선이 썩으면서 나는 비린내가 진동했다. 이에 2006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호탄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 작업이 시작됐다.
그런 노량진수산시장이 냉동창고 철거를 기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대형 냉동창고가 사라진 자리엔 연면적 11만8346㎡에 달하는 지하 2층, 지상 6층의 백화점식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63빌딩의 연면적이 16만6207㎡이니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빌딩은 자동화시스템과 정보기술이 들어가는 첨단식이다.
냄새가 심한 수산물 가공처리장과 제빙실, 냉동창고는 모두 지하로 들어간다. 깨끗해진 지상은 상점과 주차장 사무실로 채워진다. 1층엔 경매장과 수산물 소매점, 2층엔 식당과 건어물판매시설, 시장홍보관들이 들어선다. 3~4층은 주차장, 5~6층은 수산시장 사무실과 중도매인 사무실, 대형식당 등이 된다. 옥상은 정원이다.
총 사업비는 2227억원으로 국고로 70%를, 나머지 30%를 수협이 대기로 했다. 땅값이 들지 않아 건축비가 대부분이다.
대형 냉동창고는 한 달여 전 폭파됐으나 이미 사업의 공정률은 51%(8월 말 기준)다. 노량진수산시장을 대체할 만한 부지가 없어 현 시장을 절반씩 나눠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냉동창고가 자리한 시장 서편의 절반은 이전을 포함한 공사 준비가 끝났다.
노량진수산시장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제2의 도약’을 위해서다. 시장의 주체는 어민과 상인, 중도매인 그리고 소비자이지만 이 시장을 관리하는 회사도 분명 존재한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다. 노량진수산시장이 현대화사업을 하는 지금 재도약의 기로에 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량진수산시장은 한국의 중심 수산물 유통시장이다. 수산물 도매시장은 수도권에 노량진을 포함해 가락·구리·강서·강동·강북 수산시장 등 총 6개가 있다. 이 중 올 들어 8월 말까지 노량진수산시장의 경매시장 거래금액은 2210억원으로 나머지 다섯 곳을 합친 금액(2421억원)과 거의 맞먹는다. 경매율이 90%가 넘어 일본과 중국 시장 및 수산 관련 기관뿐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경매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규모도 규모지만 육지 도시인 서울에서 신선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년 미국의 미식사이트인 ‘데일리밀’에서 선정한 세계 음식시장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은 바르셀로나(스페인)의 라보케리아시장과 런던(영국)의 장미시장에 이어 3위에 선정됐다.
한류(韓流) 훈풍도 노량진수산시장에 불고 있다. 엔고(高)로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오고 있는 것. 얼마 전 종영된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남자 주인공인 김수현이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여자 주인공인 전지현에게 개불을 사주는 장면이 방영되면서다. 이후 하루 50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별다른 관광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지 않은 노량진에 전철 등을 타고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지난 12일에도 일본과 중국의 방송사 카메라들이 노량진수산시장 일대를 훑고 있었다. 마침 이날 정부는 서비스산업 육성을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았다.
정상원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사장은 “한국 수산물유통시장으로서의 명맥과 한류의 기세를 더 몰아가기 위해 현대화사업을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객행위를 없애고 수산물을 바닥에 내려놓지 않으며, 통일된 앞치마와 봉투를 사용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화를 만드는 것부터 현대화된 새 건물 위에 대형 문어 모양 간판을 만들고 샛강을 사이에 두고 직선거리로 200m도 안 되는 여의도와 노량진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 것까지 정 사장의 현대화 구상은 다양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이 과연 제2의 도약을 이뤄내 서비스산업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지난달 10일 오후 4시.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5층짜리 거대한 빌딩은 40㎏가량의 다이너마이트가 일제히 폭발하자 조용히 쓰러져 내렸다. 폭파된 건물은 노량진수산시장 내에 위치한 대형 냉동창고였다. 1971년에 완공돼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노량진수산시장을 43년간 유지해준 냉동창고는 800여개 뇌관이 터진 뒤 10초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폭파 이후 일어나는 엄청난 먼지 탓에 노량진수산시장을 관리하는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임직원들은 잔뜩 긴장했다. 다행히 폭파 직후 예상치 않았던 비가 내리면서 먼지는 다 가라앉았다. 수산시장 관계자는 “하늘이 보살펴준 일”이라고 했다.
대형 냉동창고가 폭파된 건 노량진수산시장을 현대화하기 위해서다. 한국경제신문 본사 앞인 서울 중림동에 1927년 한국 최초로 수산시장이 생기면서 한국의 수산 현대사는 쓰여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있던 수산인들이 1971년 지금의 노량진수산시장이 만들어지자 옮겨갔다. 그 이후 43년이 지나면서 노량진수산시장 건물은 벽돌이 떨어지고, 금이 갔다. 낙후된 시설 탓에 생선 하수처리가 잘 되지 않아 하루 300여의 생선이 썩으면서 나는 비린내가 진동했다. 이에 2006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호탄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 작업이 시작됐다.
그런 노량진수산시장이 냉동창고 철거를 기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대형 냉동창고가 사라진 자리엔 연면적 11만8346㎡에 달하는 지하 2층, 지상 6층의 백화점식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63빌딩의 연면적이 16만6207㎡이니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빌딩은 자동화시스템과 정보기술이 들어가는 첨단식이다.
냄새가 심한 수산물 가공처리장과 제빙실, 냉동창고는 모두 지하로 들어간다. 깨끗해진 지상은 상점과 주차장 사무실로 채워진다. 1층엔 경매장과 수산물 소매점, 2층엔 식당과 건어물판매시설, 시장홍보관들이 들어선다. 3~4층은 주차장, 5~6층은 수산시장 사무실과 중도매인 사무실, 대형식당 등이 된다. 옥상은 정원이다.
총 사업비는 2227억원으로 국고로 70%를, 나머지 30%를 수협이 대기로 했다. 땅값이 들지 않아 건축비가 대부분이다.
대형 냉동창고는 한 달여 전 폭파됐으나 이미 사업의 공정률은 51%(8월 말 기준)다. 노량진수산시장을 대체할 만한 부지가 없어 현 시장을 절반씩 나눠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냉동창고가 자리한 시장 서편의 절반은 이전을 포함한 공사 준비가 끝났다.
노량진수산시장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제2의 도약’을 위해서다. 시장의 주체는 어민과 상인, 중도매인 그리고 소비자이지만 이 시장을 관리하는 회사도 분명 존재한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다. 노량진수산시장이 현대화사업을 하는 지금 재도약의 기로에 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량진수산시장은 한국의 중심 수산물 유통시장이다. 수산물 도매시장은 수도권에 노량진을 포함해 가락·구리·강서·강동·강북 수산시장 등 총 6개가 있다. 이 중 올 들어 8월 말까지 노량진수산시장의 경매시장 거래금액은 2210억원으로 나머지 다섯 곳을 합친 금액(2421억원)과 거의 맞먹는다. 경매율이 90%가 넘어 일본과 중국 시장 및 수산 관련 기관뿐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경매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규모도 규모지만 육지 도시인 서울에서 신선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년 미국의 미식사이트인 ‘데일리밀’에서 선정한 세계 음식시장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은 바르셀로나(스페인)의 라보케리아시장과 런던(영국)의 장미시장에 이어 3위에 선정됐다.
한류(韓流) 훈풍도 노량진수산시장에 불고 있다. 엔고(高)로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오고 있는 것. 얼마 전 종영된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남자 주인공인 김수현이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여자 주인공인 전지현에게 개불을 사주는 장면이 방영되면서다. 이후 하루 50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별다른 관광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지 않은 노량진에 전철 등을 타고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지난 12일에도 일본과 중국의 방송사 카메라들이 노량진수산시장 일대를 훑고 있었다. 마침 이날 정부는 서비스산업 육성을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았다.
정상원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사장은 “한국 수산물유통시장으로서의 명맥과 한류의 기세를 더 몰아가기 위해 현대화사업을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객행위를 없애고 수산물을 바닥에 내려놓지 않으며, 통일된 앞치마와 봉투를 사용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화를 만드는 것부터 현대화된 새 건물 위에 대형 문어 모양 간판을 만들고 샛강을 사이에 두고 직선거리로 200m도 안 되는 여의도와 노량진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 것까지 정 사장의 현대화 구상은 다양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이 과연 제2의 도약을 이뤄내 서비스산업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