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다루미 시게루 시노자키야 창업자 "모방할 수 없는 연두부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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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맛 연구…유통망 키워 日두부업계 첫 상장 '벤처 신화'
성실한 두부가게 장남
빚 내서 독립해 매일 2~3시간 쪽잠
공장 늘리자마자 부도 위기
차원이 다른 맛으로 승부하자
물·천연간수·두유 황금비율 찾아
1㏄ 단위로 9개월간 매일 실험
매출 85% 사업 잘라내다
이익 낮은 슈퍼 도매업 전격 정리
'두부바' 체인 100여개 만들어
성실한 두부가게 장남
빚 내서 독립해 매일 2~3시간 쪽잠
공장 늘리자마자 부도 위기
차원이 다른 맛으로 승부하자
물·천연간수·두유 황금비율 찾아
1㏄ 단위로 9개월간 매일 실험
매출 85% 사업 잘라내다
이익 낮은 슈퍼 도매업 전격 정리
'두부바' 체인 100여개 만들어
일본 전국에 퍼져 있는 두부 업체는 1만개가 넘는다. 대부분은 영세한 가내수공업 수준으로 주변 상점과의 계약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한국 코스닥 시장과 비슷한 도쿄증시 마더스에 상장된 중견 기업이 있다. 바로 시노자키야다.
1986년 다른 두부 업체와 마찬가지로 주인 혼자 두부를 만들어 팔며 시작한 작은 가게는 현재 400명에 가까운 직원이 일하는 중견 회사로 발전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50억엔(약 480억원)에 달한다. 평범한 두부로 이룬 성공 뒤에는 시노자키야 창업자이자 사장인 다루미 시게루가 있다.
교사를 꿈꾸던 청년, 두부가게 사장이 되다
다루미 사장은 두부가게를 하던 부모 밑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처음부터 두부가게를 이어받을 생각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두부에 관심 없는 장남 대신 둘째 아들에게 두부가게를 물려줄 생각을 했다. 다루미 사장은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사회 선생님이 되고 싶어했지만 성적이 좋지 못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학교 4학년이 되던 1986년 아버지 가게에서 일하게 된다.
부모님은 냉정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두부가게에서 일하려고 하자 급료를 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두부가게에서 일을 돕는 것은 네 자유지만 돈 주고 고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따로 창업을 하라”고 했다. 결국 다루미 사장은 어머니에게 빌린 180만엔으로 두부를 포장하는 자동포장기를 구입해 두부 사업에 뛰어들었다.
빚으로 사업을 시작해 불안감이 컸지만 성실함으로 이겨냈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두부를 만들고 6시에 슈퍼마켓에 배달했다. 몇 시간 동안이나 판매코너에서 제품이 팔리는 것을 지켜 보다 주문을 받고, 돌아와 다음날 판매할 두부를 만들 준비를 했다. 하루에 2~3시간씩 자는 일이 많았다. 성실한 태도 덕분인지 금세 납품매장이 3곳으로 늘었다.
그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아버지를 보증인으로 세워 은행에서 7000만엔을 빌렸다. 첫해 매출액(2227만9000엔)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었지만 자신 있었다. 납품매장을 10곳으로만 늘리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두부회사가 시설을 확장하면 가격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아갈 것이라고 염려한 슈퍼마켓들이 납품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공장 유지비가 계속 들어가는데 판매는 지지부진해지면서 결국 1989년 도산 위기에 빠졌다.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두부를 만들어라
다루미 사장은 포기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똑같은 두부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두부를 만들어보자는 전략을 세웠다.
먼저 제품을 철저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두부는 두유를 간수로 굳힌 것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두부 수요가 늘어나자 대량 생산을 위해 천연간수 대신 공업용으로 만들어진 응고제를 사용하는 곳이 많았다. 특히 연두부는 천연간수를 쓰면 매끈매끈하게 만들 수 없었다. 천연간수로 만든 일반 두부는 있어도 연두부는 없었다. 다루미 사장은 천연간수를 이용해 진짜 연두부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방향은 잡았지만 실현은 쉽지 않았다. 두부를 만들려면 콩을 불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맛있는 두부를 만들기 위해선 어느 정도 물에 불려야 하는지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검토해야 한다. 연두부는 수분을 품고 있어야 하는데 콩에 수분이 너무 많으면 고소한 맛이 떨어지지 때문이다. 물과 두유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정할지, 간수는 얼마나 넣을지 1㏄ 단위로 매일매일 실험을 계속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결국 다루미 사장은 9개월 만에 꼭 맞는 비율을 찾아 천연간수로 만든 연두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한 모당 100엔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연두부의 부드러움에 고소함까지 갖춰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당시 평균 두부 가격은 한 모당 50~60엔 정도였다. 한동안 문을 닫았던 두부 공장도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도전, 목표는 언제나 ‘두부’
1990년대 연간 매출이 4억엔까지 늘어나자 다루미 사장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두부가게 최초로 주식시장 상장을 계획한 것. 야후 재팬도 매출이 4억엔을 넘길 때 상장을 결정했다며 두부회사도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2000년에 그는 보다 탄탄한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해 슈퍼마켓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사업 부문을 갑자기 정리한 것이다. 회사 내 반대도 심했지만 그는 납품 가격을 낮추라는 슈퍼마켓의 압력으로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도매업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루미 사장은 상품이 유통되는 구조를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시도는 외식업 진출이었다. 시노자키야 두부만 취급하는 음식점이 늘어나면 자연히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2001년 도쿄 시부야 소토에 두부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00개에 가까운 체인점을 세웠다. 대신 직영점은 한 곳만 운영한다. 식당을 경영하는 것은 두부를 팔기 위한 한 방법이기 때문에 그 사업이 더 커져선 안된다고 판단해서다.
직접 소매점 영업도 시작했다. 점포에 점원 없이 모금함만 두고 손님이 직접 계산하고 두부를 가져가게 하는 방식으로 두부 공장 앞에 한 평 규모의 무인직판점을 만들었다. 두부 가격은 4모에 200엔으로 정했다. 슈퍼에서 시노자키야 두부는 한 모에 120엔 이상에 팔렸으므로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맛있는 제품을 사러 멀리서 오는 손님들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첫날에만 7800엔어치의 두부가 팔렸고, 반년 뒤엔 하루 매출이 10만엔을 넘을 만큼 자리를 잡았다. 결국 그는 2003년 11월 일본 두부업체에서는 최초로 도쿄증시 마더스에 주식을 상장해 벤처 신화를 이룩했다.
2005년부터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어 여러 개의 두부가공업체를 사들였다. 그의 다음 목표는 연매출 1000억엔을 넘어서는 것이다. 다루미 사장은 “두부나 유부와 같은 콩 가공식품의 소비량은 연간 6000억엔에 달한다”며 “이중 30%만 차지해도 연간 1000억엔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1986년 다른 두부 업체와 마찬가지로 주인 혼자 두부를 만들어 팔며 시작한 작은 가게는 현재 400명에 가까운 직원이 일하는 중견 회사로 발전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50억엔(약 480억원)에 달한다. 평범한 두부로 이룬 성공 뒤에는 시노자키야 창업자이자 사장인 다루미 시게루가 있다.
교사를 꿈꾸던 청년, 두부가게 사장이 되다
다루미 사장은 두부가게를 하던 부모 밑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처음부터 두부가게를 이어받을 생각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두부에 관심 없는 장남 대신 둘째 아들에게 두부가게를 물려줄 생각을 했다. 다루미 사장은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사회 선생님이 되고 싶어했지만 성적이 좋지 못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학교 4학년이 되던 1986년 아버지 가게에서 일하게 된다.
부모님은 냉정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두부가게에서 일하려고 하자 급료를 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두부가게에서 일을 돕는 것은 네 자유지만 돈 주고 고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따로 창업을 하라”고 했다. 결국 다루미 사장은 어머니에게 빌린 180만엔으로 두부를 포장하는 자동포장기를 구입해 두부 사업에 뛰어들었다.
빚으로 사업을 시작해 불안감이 컸지만 성실함으로 이겨냈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두부를 만들고 6시에 슈퍼마켓에 배달했다. 몇 시간 동안이나 판매코너에서 제품이 팔리는 것을 지켜 보다 주문을 받고, 돌아와 다음날 판매할 두부를 만들 준비를 했다. 하루에 2~3시간씩 자는 일이 많았다. 성실한 태도 덕분인지 금세 납품매장이 3곳으로 늘었다.
그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아버지를 보증인으로 세워 은행에서 7000만엔을 빌렸다. 첫해 매출액(2227만9000엔)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었지만 자신 있었다. 납품매장을 10곳으로만 늘리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두부회사가 시설을 확장하면 가격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아갈 것이라고 염려한 슈퍼마켓들이 납품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공장 유지비가 계속 들어가는데 판매는 지지부진해지면서 결국 1989년 도산 위기에 빠졌다.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두부를 만들어라
다루미 사장은 포기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똑같은 두부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두부를 만들어보자는 전략을 세웠다.
먼저 제품을 철저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두부는 두유를 간수로 굳힌 것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두부 수요가 늘어나자 대량 생산을 위해 천연간수 대신 공업용으로 만들어진 응고제를 사용하는 곳이 많았다. 특히 연두부는 천연간수를 쓰면 매끈매끈하게 만들 수 없었다. 천연간수로 만든 일반 두부는 있어도 연두부는 없었다. 다루미 사장은 천연간수를 이용해 진짜 연두부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방향은 잡았지만 실현은 쉽지 않았다. 두부를 만들려면 콩을 불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맛있는 두부를 만들기 위해선 어느 정도 물에 불려야 하는지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검토해야 한다. 연두부는 수분을 품고 있어야 하는데 콩에 수분이 너무 많으면 고소한 맛이 떨어지지 때문이다. 물과 두유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정할지, 간수는 얼마나 넣을지 1㏄ 단위로 매일매일 실험을 계속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결국 다루미 사장은 9개월 만에 꼭 맞는 비율을 찾아 천연간수로 만든 연두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한 모당 100엔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연두부의 부드러움에 고소함까지 갖춰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당시 평균 두부 가격은 한 모당 50~60엔 정도였다. 한동안 문을 닫았던 두부 공장도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도전, 목표는 언제나 ‘두부’
1990년대 연간 매출이 4억엔까지 늘어나자 다루미 사장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두부가게 최초로 주식시장 상장을 계획한 것. 야후 재팬도 매출이 4억엔을 넘길 때 상장을 결정했다며 두부회사도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2000년에 그는 보다 탄탄한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해 슈퍼마켓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사업 부문을 갑자기 정리한 것이다. 회사 내 반대도 심했지만 그는 납품 가격을 낮추라는 슈퍼마켓의 압력으로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도매업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루미 사장은 상품이 유통되는 구조를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시도는 외식업 진출이었다. 시노자키야 두부만 취급하는 음식점이 늘어나면 자연히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2001년 도쿄 시부야 소토에 두부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00개에 가까운 체인점을 세웠다. 대신 직영점은 한 곳만 운영한다. 식당을 경영하는 것은 두부를 팔기 위한 한 방법이기 때문에 그 사업이 더 커져선 안된다고 판단해서다.
직접 소매점 영업도 시작했다. 점포에 점원 없이 모금함만 두고 손님이 직접 계산하고 두부를 가져가게 하는 방식으로 두부 공장 앞에 한 평 규모의 무인직판점을 만들었다. 두부 가격은 4모에 200엔으로 정했다. 슈퍼에서 시노자키야 두부는 한 모에 120엔 이상에 팔렸으므로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맛있는 제품을 사러 멀리서 오는 손님들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첫날에만 7800엔어치의 두부가 팔렸고, 반년 뒤엔 하루 매출이 10만엔을 넘을 만큼 자리를 잡았다. 결국 그는 2003년 11월 일본 두부업체에서는 최초로 도쿄증시 마더스에 주식을 상장해 벤처 신화를 이룩했다.
2005년부터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어 여러 개의 두부가공업체를 사들였다. 그의 다음 목표는 연매출 1000억엔을 넘어서는 것이다. 다루미 사장은 “두부나 유부와 같은 콩 가공식품의 소비량은 연간 6000억엔에 달한다”며 “이중 30%만 차지해도 연간 1000억엔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