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전총리, 영연방 유지 일등공신 되나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분리독립 주민 투표가 18일(현지시간) 시작된 가운데 주요정당을 대표해 반대운동의 선봉에 나섰던 고든 브라운(63) 전 총리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투표에서 반대운동 진영이 이겨 영국 연방이 분열의 위기를 넘긴다면 일등공신은 단연 브라운 전 총리라고 꼽았 다. 이는 독립투표가 부결되더라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진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상황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스코틀 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투표전 막판 독립 찬성여론이 반대여론을 추월하는 이변의 조짐이 나타나자 유세현장에 뛰 어들어 분리독립 반대 운동을 지원했다.

노동당 정부를 이끌며 2007~2010년 총리를 지낸 브라운 전 총리는 독립여론이 분출 한 원인을 보수당 연립정부의 무능으로 돌리며 자치권 확대 카드를 내세워 민심을 다독였다.

그는 중앙정부에 반감이 큰 유권자 들을 향해 분리독립안이 부결되면 노동당이 재집권해 자치권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읍소작전을 펼쳤다. 9월 들어 스코틀랜드 각지 를 누빈 브라운 전 총리의 열정적인 유세는 알리스테어 달링 베터투게더 대표의 2차 TV토론 참패로 침체한 반대운동 진영의 분위 기 쇄신을 이끌었다.

투표 이틀을 남기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비롯한 주요 정당 대표들이 서명한 스코틀랜드 자치권 확대 합의문 을 성사시켜 여론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투표일 전날에는 글래스고 지원유세를 통해 "잉글랜드와 단절하려 는 편협한 민족주의는 수백년간 지켜온 공통의 유산인 영국연방을 갈가리 찢을 것"이라며 "독립 찬성이 애국은 아니다"라고 호소해 지 지자들 사이에 반향이 확산했다. 고교 시절 럭비 시합도중 망막박리 부상으로 왼쪽 눈을 실명했지만 정상인보다 더 많은 독서로 장애 를 극복했던 뚝심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브라운 전 총리는 에든버러 대학을 나와 32살 때인 1982년 총 선을 통해 웨스트민스터 의회에 입성해 성공적인 길을 걸었다. 귀족적 이미지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는 정치적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 으나 당권 경쟁에서 밀려 3번의 총리 연임을 2인자로서 지켜봐야 했다.

2007년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 전쟁의 책임을 지고 사 임하면서 총리 자리에 올랐으나 2010년 총선 패배로 2선으로 물러나 총선 승리를 거두지 못한 비운의 총리로 남았다. 이번 투 표 과정에서 스코틀랜드 자치권 확대를 위한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공약해 정치 활동의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따른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