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북한이 역도를 '력기'라 부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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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은 45개 참가국의 스포츠 축제이자 서로 다른 언어가 어울리는 잔치다.
북한이 출전하는 축구, 수영, 양궁, 육상, 복싱, 카누, 체조, 유도, 공수도, 조정, 사격, 탁구, 역도, 레슬링 등 14개 종목을 살펴보면 닮은 듯 다른 남북한 스포츠 용어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우선 엄윤철이 20일 북한 선수단에 세계신기록으로 첫 금메달을 안긴 역도는 북한에서 '력기(역기)'로 불리는 종목이다.
이런 차이는 남북 분단의 아픈 현실과 무관치 않다.
대한역도연맹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역도 종목은 일제강점기인 1928년 '역기'라는 용어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고 1936년에는 조선역기연맹이 조직됐다.
그러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남한에서는 조선역도연맹이 발족됐다.
남한이 역도라는 단어를 받아들이고 북한은 '역기'를 계속 쓰면서 차이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도는 북한에서 '유술'이라는 단어로 통한다.
북한의 유도영웅 계순희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재일동포 현창귀 씨는 조선유술협회 상무이사로 활동하던 1996년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유술'이라는 단어에 북한의 주체성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 씨는 1960년대 재일동포들이 유도를 북한에 보급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북한은 일본 유도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씨름 등 조선의 전통적인 무술을 가미해 유술로 하자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체'를 강조하는 또 다른 종목은 양궁이다.
전통적인 국궁과 양궁을 구별하지 않고 '활쏘기'라는 고유어로 표기한다.
남북한이 모두 외래어를 받아들였지만, 영문 표기법의 차이로 이름이 약간 달라진 종목도 있다.
북한은 레슬링을 '레스링'으로, 카누를 '커누'로 각각 표기한다.
또 북한은 복싱을 '권투'로만 표현하고 일본 무예인 공수도를 '가라데'라고 부른다.
그러나 축구, 수영, 탁구, 조정, 체조, 사격은 남북한이 똑같이 쓰는 말이다.
북한이 육상을 '륙상'이라고 하는 것도 남한과 달리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북한이 상대적으로 민족 언어의 사용을 강조하면서 남한과 스포츠 용어의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 국제 스포츠대회에 자주 참가하면 여러나라에서 통용되는 언어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수 있다.
남북체육교류협회의 김경성 이사장은 "김정은 체제가 (외부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많으니까 스포츠 용어의 변화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북한이 출전하는 축구, 수영, 양궁, 육상, 복싱, 카누, 체조, 유도, 공수도, 조정, 사격, 탁구, 역도, 레슬링 등 14개 종목을 살펴보면 닮은 듯 다른 남북한 스포츠 용어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우선 엄윤철이 20일 북한 선수단에 세계신기록으로 첫 금메달을 안긴 역도는 북한에서 '력기(역기)'로 불리는 종목이다.
이런 차이는 남북 분단의 아픈 현실과 무관치 않다.
대한역도연맹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역도 종목은 일제강점기인 1928년 '역기'라는 용어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고 1936년에는 조선역기연맹이 조직됐다.
그러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남한에서는 조선역도연맹이 발족됐다.
남한이 역도라는 단어를 받아들이고 북한은 '역기'를 계속 쓰면서 차이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도는 북한에서 '유술'이라는 단어로 통한다.
북한의 유도영웅 계순희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재일동포 현창귀 씨는 조선유술협회 상무이사로 활동하던 1996년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유술'이라는 단어에 북한의 주체성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 씨는 1960년대 재일동포들이 유도를 북한에 보급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북한은 일본 유도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씨름 등 조선의 전통적인 무술을 가미해 유술로 하자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체'를 강조하는 또 다른 종목은 양궁이다.
전통적인 국궁과 양궁을 구별하지 않고 '활쏘기'라는 고유어로 표기한다.
남북한이 모두 외래어를 받아들였지만, 영문 표기법의 차이로 이름이 약간 달라진 종목도 있다.
북한은 레슬링을 '레스링'으로, 카누를 '커누'로 각각 표기한다.
또 북한은 복싱을 '권투'로만 표현하고 일본 무예인 공수도를 '가라데'라고 부른다.
그러나 축구, 수영, 탁구, 조정, 체조, 사격은 남북한이 똑같이 쓰는 말이다.
북한이 육상을 '륙상'이라고 하는 것도 남한과 달리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북한이 상대적으로 민족 언어의 사용을 강조하면서 남한과 스포츠 용어의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 국제 스포츠대회에 자주 참가하면 여러나라에서 통용되는 언어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수 있다.
남북체육교류협회의 김경성 이사장은 "김정은 체제가 (외부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많으니까 스포츠 용어의 변화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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