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무원연금 토론회에 앞서 한국연금학회가 21일 공개한 개혁안은 시행 초기부터 정부보전금을 40% 이상 절감하는 고강도 개혁 방안이다.

재정 안정화 효과를 신속하게 내려다보니 재직 공무원의 납입금(기여금)을 43%나 올리고 수령액은 30% 이상 깎는 등 현직 공무원에게 개혁의 고통이 집중된 면이 있다.

이에 따라 연금학회의 개혁안이 재정안정화 효과는 크지만, 재직 공무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공무원 계층간 형평이 나빠져 젊은 공무원과 하급직을 위주로 반발이 더 심해질 우려가 제기된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2조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2조5000억원을 써야 한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정부가 메워야 할 적자 보전금은 내년에 3조원을 넘어서고 2016년 한 해만 3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작년말 기준으로 공무원연금이 향후 지급해야 할 '미래 부채', 이른바 충당부채는 484조원에 이른다.

연금학회의 개혁안은 이러한 시급한 재정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개혁안 시행 첫해인 2016년에는 정부 보전금이 3조6780억원에서 2조935억원으로 1조6000억 절감되고, 이듬해에는 약 1조8000억원으로 절감 규모가 늘어난다.

개혁안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2025년까지 매년 40% 이상 보전금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학회는 2080년까지 누적 절감효과가 333조8000억원(2012년 불변가치 기준)으로, 현행 제도 대비 26%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납입액을 급여의 14%에서 20%로 상향하는 데 따라 발생하는 정부 납입액 증가(7%→10%)와 퇴직수당을 올려주는 데 드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절감 폭은 줄어든다.

2016년 기준으로 연금부담금(납입액), 보전금, 퇴직수당을 합친 '총재정부담'은 9조6859억원이지만 개혁안을 적용해보면 이 규모가 6조8609억원으로 29% 감소한다.

개혁안을 적용하면 2080년까지 총재정부담 절감액은 109조3000억원으로, 현행 제도 대비 5%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다만 2016년 이후 신규 임용자의 기여금이 9%(본인부담 4.5%)로 낮아지는 데 따라 2042년부터 18년간은 개혁안이 현재 제도보다 총 18조원이 더 소요된다.

이러한 재정 절감효과는 재직 공무원의 보험료 부담 증가를 전제로 한다.

연금학회의 개혁안에 따르면 재직 공무원의 2016년 이후 가입기간은 사실상 낸 돈과 이자만 받아가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낸 돈의 약 1.7∼2배를 받아가게 되는 미래 공무원보다 더 불리해진다.

학회는 '후한 연금'을 누린 기간이 짧은 2009∼2015년 임용자는 2016년 이후 임용자처럼 국민연금과 동등한 제도를 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선배 공무원과 비교할 때 형평 논란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또 혹독한 개혁을 모든 공무원에게 동등한 강도로 적용할 경우 공무원 계층간 '연금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에는 계층간 '재분배' 원리가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의 지난 4월 발표에 따르면 연금 기여금과 수령액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평균연봉은 올해 5394만원이다.

그러나 공무원 9급 1호봉의 기준소득월액(세전 월소득)은 140만∼150만원 수준이고, 장관급은 1000만원이 넘는다.

이를 바탕으로 한 연금 수령액도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연금학회의 한 전문가는 "공무원연금은 소수 은퇴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기 위해 수많은 현직 공무원의 기여금을 끌어다주는, 일종의 '폰지게임'이었다"며 "폰지게임을 해소하는 비용을 재직 공무원에 집중시키기보다는 기존 수급자에게도 적절한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또 "한달에 400만원씩이나 되는 일부 공무원의 연금은 과도한 혜택"이라며 "이번 기회에 공무원연금에도 재분배 기능 도입을 검토하는 등 제도의 여러 가지 '비정상'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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