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멋
한국 사람들은 ‘멋’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만 보더라도 단아한 한옥의 곡선미, 세상의 모든 색을 다 어우른 듯한 한복, 디지털 시대의 냄새까지 풍기는 한글의 모양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요즘 사람들 역시 얼마나 멋을 부리는지 모른다. 수십 개의 등산복 브랜드가 백화점 한 층을 다 차지하고 용품 구입에 수십, 수백만원을 지출하는 데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졸업 기념으로 성형 패키지를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한국이 세상에서 성형을 제일 많이 하는 나라라는 통계가 이상할 것도 없다.

이렇게 멋을 열심히 추구하는데도 남들이 별로 인정 안 해준다면 처량할 텐데 다행히 세계는 우리에게 갈채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 아시아 몇몇 도시로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 바이어 얘기가 K팝, 한국 드라마를 접한 뒤로는 현지 프로그램은 시시해서 못 보겠다고 한다.

필자는 한국인의 멋에서 앞으로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발견한다. 한국인의 또 하나의 유전자인 ‘손재주’에 멋을 더하면 가공할 만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손재주 덕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 세계 최강의 제조업 수출국을 이룩했다. 하지만 점점 이것만 가지고는 역부족임을 느낀다. 세상이 많이 변해 이제 모든 것이 남아도는 세상이 됐다. 수요가 무궁무진할 법한 중국마저도 제조업 전 분야가 초과 공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잘 만드는 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멋진 것을 잘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은 대체적으로 독일과 같이 ‘잘 만드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부류와 이탈리아처럼 ‘멋’을 가진 부류로 구분되는데 두 가지를 다 갖춘 경우는 극히 드물다. 독일을 봐도 패션 명품 브랜드 하나 떠오르는 것이 없다. 아마 한국이 둘 다 겸비한 몇 안 되는 예외인 것 같다.

한국 IT(정보기술) 제품은 세계 톱이다. 필자의 외국인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극찬할 정도로 웬만큼 내동댕이쳐도 고장나지 않고 디자인도 훌륭하다. 이렇게 되면 세계 일등이 되는 것이다. ‘멋’이 우러나오지 않으면 세계 2위, 3위는 돼도 톱은 될 수 없다. 스포츠카 페라리 브랜드가 세계 1위에 올랐다는 외신 소식이 있었다. 페라리는 성능과 멋의 절정이 아니겠는가. 우리도 한국의 페라리를 많이 만들어내자.

주우식 < 전주페이퍼 사장 w.chu@jeonjupap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