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소래포구
소래포구의 해질녘 풍경은 아름답다. 먼바다에서 돌아오는 어선과 바알갛게 일렁이는 물결, 50여년 전 실향민들이 어선 10여 척으로 새우잡이를 시작하던 그 포구로 썰물 때마다 갯벌 위에 몸을 누이는 배, 일제시대 염전이 있었고 거기서 나오는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수원과 인천을 잇는 수인선 협궤열차가 지나던 곳….

염전이 있던 자리에는 해양생태공원이 들어섰다. 갈대 사이로 옛 소금창고도 보인다. 이가림 시인이 ‘소래포구 어디엔가 묻혀 있을/ 추억의 사금파리 한 조각이라도/ 우연히 캐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속셈을 슬그머니 감춘 채/ 몇 컷의 흑백풍경을 훔치러 갔다’가 ‘오히려 풍경의 틀에 끼워져/ 한 포기 나문재로/ 흔들리고 말았음이여’라고 노래했던 시 ‘소금창고가 있는 풍경’의 현장이다.

소래(蘇萊)의 지명 유래는 미스터리다. 지형이 소라처럼 생겨 나온 말이라는 설, 냇가에 숲이 많다는 뜻의 솔내(松川)에서 나왔다는 설, 지형이 좁다(솔다)는 말에서 비롯됐다는 설, 당나라 소정방(蘇定方)이 나당연합군으로 중국 산둥성 라이저우(萊州)를 출발해 이곳으로 왔다는 설 등이 분분하다.

소래포구 경매장에선 하루 평균 10만여 마리의 꽃게가 거래된다. 오래된 재래어시장 옆에 신식 건물인 종합어시장이 생겨 옛날보다 깔끔해졌다. 봄에는 알이 꽉 찬 암꽃게를 제일로 치지만 요즘 같은 가을철엔 수꽃게가 제격이다. 꽃게 가격은 물량에 따라 그날그날 희비쌍곡선을 그린다. 음력 보름과 그믐 전후의 사리 때에 많이 잡혀 값이 비교적 싸다. 그러나 휴일에는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른다. 꽃게 1㎏에 1만~3만원 선이다. 씨알 굵기에 따라 값 차이가 난다.

요즘 제철인 새우도 1㎏에 2만~3만원이면 살 수 있다. 상인들이 귀띔해준 바로는 얼린 대하가 자연산이고, 살아 있는 대하는 대부분 양식이다. 전어 또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뼈째 먹는 전어회는 늦여름 별미, 불에 구워 대가리부터 씹어 먹는 전어구이는 가을 별미다.

소래포구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젓갈시장이기도 하다. 전북 부안 곰소젓갈시장과 충남 논산 강경젓갈시장, 홍성 광천젓갈시장과 함께 서해안 최고의 젓갈 산지다. 내친김에 영화 ‘실미도’를 촬영한 섬 무의도를 비롯해 을왕리해수욕장, 강화 맞은편의 대명항 등 인근 명소까지 섭렵해도 좋다. 마침 인천 아시안게임과 소래의 가을을 함께 즐기기에 딱이다. 다만 대회 기간 주말만 빼고 인천 전역에서 차량 2부제가 실시되니 유념해야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