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고교부 대회 싹쓸이
"우상 진종오 선배와 마주 보고 경기해 좋았다"

김청용은 이날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대회 사격 남자 10m 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201.2점을 기록, 199.3점을 쏜 팡웨이(중국)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청용은 이날 앞서 벌어진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진종오(35·KT), 이대명(26·KB국민은행)과 더불어 1744점으로 금메달을 합작했다. 한국 사격 사상 최연소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이번 대회 ‘한국 선수 첫 2관왕’이다.
태극마크를 단 지 불과 3년 만에 이룬 성과다. 김청용은 우연한 기회로 사격을 시작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그에게 체육 선생님이 ‘총 한번 쏴보지 않을래’라며 사격을 권유했다. 막연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했지만 그는 곧 사격에 푹 빠졌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의 운동선수 생활을 극구 반대했지만 고집을 꺾지 못했다. “이왕 한다면 끝까지 하라”며 격려했다. 든든한 힘이 돼주던 아버지는 3년 전 의료사고로 그의 곁을 떠났다.
김청용은 보기 드문 ‘왼손 총잡이’다. 사격의 기본기를 배우기도 쉽지 않았다. 코치가 왼손잡이 파지법을 배워 그를 가르쳤다. 그는 최근 2년 새 국내 고등부 대회 우승을 싹쓸이했다. 올해는 여섯 차례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선배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따냈다. 평소 진종오를 우상으로 삼은 김청용은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세계 최고 사수의 격발을 어깨너머로 배우며 성장했다. 왼손잡이인 그는 훈련할 때 오른손잡이인 진종오와 마주 보는 경우가 많다. ‘형들에게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간다’던 김청용은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사수들 틈에서 밀리지 않았다.
인천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는 진종오(581점), 이대명(578점) 등 쟁쟁한 형들보다 더 높은 점수로 한국 사격의 대회 첫 금메달을 이끌었다.
이어 한 시간 뒤 열린 개인전 결선에선 초반부터 선두권을 치고 나가면서 한국 사격 사상 최연소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에 올랐다. 김청용은 격발이 다른 선수들보다 늦다. 어린 선수답지 않게 침착함을 끝까지 유지했다.
7번째 발에서 10.4점을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선 그는 10번째 발에서 라이 지투(인도)와 동점으로 공동 선두가 되기도 했지만 11번째 발에서 만점인 10.9점을 뚫으며 추격을 따돌렸다. 시상식에선 대표팀 선배이자 우상인 진종오가 직접 태극기를 몸에 둘러줬다.
김청용은 “평소 진종오 선배와 마주 보고 경기해서 좋다”며 “오늘 경기 전에도 첫 시리즈를 잘 풀어가면 실력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겠다”며 “더 열심히 해서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청용과 결선에 함께 오른 진종오는 179.3점을 기록, 동메달을 땄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네 번째인 진종오는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을 노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여기 새 영웅의 탄생을 많이 축하해달라”고 말했다.
인천=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