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11개 은행지주사 가운데 총자산 규모도 1위로 올라섰다. 6년째 순이익 1위를 고수한 데 이어 명실상부하게 국내 최고 금융지주에 등극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내분사태에 휘말렸던 KB금융지주는 농협금융지주에도 밀리며 4위로 떨어졌다. 지배구조와 최고 경영진의 안정성이 두 회사의 희비를 갈랐다는 평가다.
○신한금융 ‘트리플 크라운’

신한금융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금융지주사 중 연간 순이익 규모 1위를 기록했다. 순이익과 달리 신한금융의 총자산 규모는 우리금융에 밀려 지난해 말까지 줄곧 2위였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22일 발표한 ‘2014년 상반기 은행지주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총자산 323조원으로 전체 1위로 올라섰다. 우리금융이 민영화에 따른 자회사 매각으로 자산 규모가 줄어든 사이 신한금융이 견실하게 자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총자산 증가율은 3.8%로 전체 지주사 총자산 증가율(1.7%)의 두 배가 넘는다.

상반기 순이익 규모 역시 다른 금융지주사를 크게 뛰어넘는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1034억원이다. 하나금융(5676억원), KB금융(7722억원), 농협금융(5082억원)의 1.5~2배 수준이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이 1조3380억원으로 신한금융보다 많지만, 지방은행 분할 매각 관련 법인세(6043억원) 환입 효과를 제외하면 신한금융이 압도적인 1위다.

건전성 부문도 마찬가지다. 신한금융의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4%로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낮다. 부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65.81%로 5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다.

○KB금융은 농협금융에도 밀려

2001년 합병 출범 당시 압도적인 덩치를 자랑했던 KB금융은 올 상반기 농협금융에도 밀리며 4위로 내려앉았다. 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등 다른 지주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산을 늘리는 사이 KB금융은 내분으로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상반기에는 내분에 따라 인사가 지연되고 투자가 중단되면서 영업력까지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KB금융의 상반기 총자산 증가율은 2.5%로 농협금융(22.2%) 하나금융(6.7%) 신한금융(3.8%)에 못 미쳤다. 민영화에 따른 자회사 매각으로 자산이 줄어든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대형 지주사 중 사실상 꼴찌다.

물론 KB금융에도 기회는 있다. KB금융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6월 말 기준 예금 및 대출 점유율은 각각 20.5%와 19.4%로 여전히 은행 중 1위다. KB금융은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자회사 편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다시 예전의 위상을 찾으려면 차기 회장과 은행장을 조속히 선임해 지배구조를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현시점에서는 누구를 회장과 행장으로 뽑는지도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