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엘리자베스 휠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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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사카린을 초콜릿 빵 아이스크림 등 어린이 기호식품에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카린 사용을 금지한 지 25년 만의 일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오인됐다가 2000년 이후 누명을 벗은 대표적 인공감미료가 사카린이다. 1977년 캐나다에서 발표된 사카린을 먹은 수컷 쥐들이 방광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 탓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은 단순히 이 보고에 따라 사카린을 발암물질 항목에 포함시켜 사용을 금지시켰다.
사카린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는 데 앞장 선 사람이 바로 엘리자베스 휠런 여사다. 대학에서 역학(疫學)을 전공한 그는 복잡다단한 인간의 질병 원인을 단순히 동물실험 결과로 예측하고 결론 내려 사카린 사용을 막는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과학적 기반이 부족한 뉴스가 오히려 건강 이슈를 왜곡시키고 시민을 속이고 있는 것에 분개했다. 그는 사이비과학을 퇴치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마음먹고 1978년 뜻있는 동료들과 건강보건협회(ACHS)를 결성했다. 1984년 저널 리즌(Reason)에 게재한 논문에서 FDA의 사카린 관련 데이터와 실험의 비과학성 및 모순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논문은 사카린 금지의 빗장을 풀게 한 결정적 증거가 됐다.
그가 2010년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벌인 소금과 탄산음료에 대한 싸움도 유명하다. 블룸버그 시장은 비만과 성인병을 줄이기 위해 덜 짜게 먹고 탄산음료를 줄여야 한다며 이를 제도적으로 규제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소금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성인병을 줄이는 데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블룸버그의 시도는 시민 사생활에 대한 정부 간섭의 증거라며 소금을 통제하기보다 차라리 고혈압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산음료 역시 오렌지주스나 소프트 드링크와 같은 칼로리인 만큼 규제는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블룸버그의 소금줄이기 정책은 제도화되지 못했고 탄산음료 규제 또한 뉴욕법원에서 금지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는 기업 협찬을 극도로 꺼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업의 지원을 받으면 협회의 정체성과 목적을 상실한다는 것이었다. 휠런 여사가 지난주 영면했다. 광우병과 우지파동 포르말린 사건 등 사이비과학으로 몸살을 앓았던 한국이다. 휠런 여사와 같은 인물을 한국에선 찾을 수 없을까.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사카린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는 데 앞장 선 사람이 바로 엘리자베스 휠런 여사다. 대학에서 역학(疫學)을 전공한 그는 복잡다단한 인간의 질병 원인을 단순히 동물실험 결과로 예측하고 결론 내려 사카린 사용을 막는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과학적 기반이 부족한 뉴스가 오히려 건강 이슈를 왜곡시키고 시민을 속이고 있는 것에 분개했다. 그는 사이비과학을 퇴치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마음먹고 1978년 뜻있는 동료들과 건강보건협회(ACHS)를 결성했다. 1984년 저널 리즌(Reason)에 게재한 논문에서 FDA의 사카린 관련 데이터와 실험의 비과학성 및 모순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논문은 사카린 금지의 빗장을 풀게 한 결정적 증거가 됐다.
그가 2010년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벌인 소금과 탄산음료에 대한 싸움도 유명하다. 블룸버그 시장은 비만과 성인병을 줄이기 위해 덜 짜게 먹고 탄산음료를 줄여야 한다며 이를 제도적으로 규제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소금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성인병을 줄이는 데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블룸버그의 시도는 시민 사생활에 대한 정부 간섭의 증거라며 소금을 통제하기보다 차라리 고혈압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산음료 역시 오렌지주스나 소프트 드링크와 같은 칼로리인 만큼 규제는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블룸버그의 소금줄이기 정책은 제도화되지 못했고 탄산음료 규제 또한 뉴욕법원에서 금지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는 기업 협찬을 극도로 꺼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업의 지원을 받으면 협회의 정체성과 목적을 상실한다는 것이었다. 휠런 여사가 지난주 영면했다. 광우병과 우지파동 포르말린 사건 등 사이비과학으로 몸살을 앓았던 한국이다. 휠런 여사와 같은 인물을 한국에선 찾을 수 없을까.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