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자동차는 인도에서 마힌드라 다음으로 큰 완성차 업체다. 마힌드라는 수년 전 전기자동차를 출시했고, ‘전기차 분야의 F1’이라 불리는 자동차 경주 대회인 ‘포퓰러 E’에도 참가할 정도로 기술력이 좋다. 반면 타타는 전기차 시장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타타는 마힌드라를 따라잡기 위해 ‘값싸고 질 좋은 전기차 개발’을 목표로 그룹 차원에서 중소형 전기차 개발에 힘쏟고 있다. LG 역시 전기차 부품사업을 미래 수익 창출원으로 보고 그룹 차원에서 집중 육성해왔다. 전기차 시장이 커질 경우 LG그룹과 타타그룹 간 ‘전기차 개발 협력’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모터·배터리 기술의 LG, 인도 전기車 공략 '시동 키' 돌렸다
○LG-타타 전기차 개발 ‘시너지’

사이러스 미스트리 타타그룹 회장, 란지트 야다브 타타자동차 승용차부문 사장 등은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해 LG전자 VC(자동차 부품)사업부의 ‘인천캠퍼스’를 찾았다. 10만㎡ 규모의 캠퍼스는 자동차 부품 관련 연구개발(R&D)에서 생산까지 일괄 체계를 갖춘 곳이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이우종 VC사업본부장(사장)이 직접 미스트리 회장 일행을 안내하며 자동차 부품 사업 현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미스트리 회장 일행은 이어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와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포괄적 협력 및 기술 교류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LG의 최신 전자제품을 선물하는 등 친분을 다졌다.

타타는 인도 중산층이 살 수 있는 저렴한 전기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닌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게 타타그룹의 경영 철학이다.

이 과정에서 모터, 2차전지 등 전기차 핵심 부품에 대한 경쟁력을 갖췄고 적극적인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는 LG그룹을 주요 파트너로 삼기 위해 회장단이 직접 방한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구 부회장은 최근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동차 회사들도 혁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 완성차 회사가 LG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전기차 시장 공략

인도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은 크다. 시장조사업체인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세계 7위 자동차 시장이지만, 2018년엔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인도 정부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극복하기 위해 전기차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 2조원 규모의 전기차(하이브리드카 포함) 구매 보조금 지원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LG는 타타와 손잡고 빠르게 커지는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LG는 전동 모터(LG전자), 카메라 모듈(LG이노텍), 배터리(LG화학) 등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주요 부품을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2조5000억원 규모인 LG의 자동차 부품 관련 매출이 올해 3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전기차 부품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글로벌 차 메이커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