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넘는 강남권 아파트, 경매서 '불티'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잇따라 주인을 찾고 있다. 침체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던 중대형 고가 아파트 시장에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경매시장에 나온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구)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14건 가운데 12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이 85.7%에 이른다. 올해 강남3구 10억원 이상 아파트 물건의 경매 낙찰률은 월간 기준으로 50%를 넘은 적이 없다. 작년 9월에도 낙찰률이 34.1%(44건 중 15건 낙찰)에 불과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과 평균 응찰자 수도 늘어났다. 이달 평균 낙찰가율은 88.8%로 지난달에 비해 4.8%포인트, 전년 동월에 비해선 27.4%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60~70%대에 머물렀던 평균 낙찰가율은 올 들어 계속 80%대를 유지하며 꾸준히 오르고 있다. 평균 입찰 참여자 수도 6.9명으로 지난달에 비해 1.2명, 전년 같은달에 비해 3.4명 증가해 두 배가량 늘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13억5000만원(감정가)에 경매가 진행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경남아파트 전용 154㎡엔 21명이 입찰경쟁을 벌여 14억38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대비 106.5%에 이른다. 11일에 1회차 경매가 진행된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 137㎡도 13억7000만원으로 감정됐지만, 4명이 경쟁에 뛰어들어 14억3799만원에 곧바로 낙찰됐다.

기존 중대형 아파트 시장에 매매 분위기가 살아나자 시세보다 낮은 중대형 주택 경매물건에 대한 경쟁이 심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경매 물건은 4~5개월 전의 감정가를 기준으로 입찰에 부쳐지기 때문에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높아진 시세에 비해 싼 물건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작년에만 해도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평균 두 번 정도는 유찰됐는데 최근엔 바로 낙찰되거나 많아야 1회 정도 유찰된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