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을 포함한 자산가 20여명이 5000만달러 규모의 증여성 외화 자금을 국내에 들여와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반입 자금 조성 경위 등을 파악해 신고 누락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실이 있는지와 세금 탈루, 비자금 조성 등의 위법 행위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외국환거래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에서 100만달러 이상 증여성 자금을 들여온 이들의 서류를 5~6개 은행으로부터 받아 검사를 진행 중이다. 명단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이수영 OCI 회장, 황인찬 대아그룹 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자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들을 대상으로 자금 조성 경위와 신고 절차 이행 등 외국환거래법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증여성 자금은 수출입 등 거래 대가가 아닌 이전거래를 뜻한다. 거주자가 해외에서 2만달러 이상 금액을 들여올 때는 반입 목적 등 영수확인서를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이들은 영수확인서를 통해 반입 자금이 투자수익금, 임금, 부동산 매각대금 등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자금 반입 이전의 해외 투자 등에 대한 사전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국내 거주자가 국외 직접 투자나 해외 부동산 취득, 금전 대차거래 등 5만달러 이상의 자본거래를 하면 외국환거래은행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일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포착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들을 대상으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외화 거래정지 등의 제재를 할 방침이다. 세금 탈루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가 확인될 경우엔 검찰에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신 회장의 경우 900만달러가량을 해외에서 송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에게 들어온 외화는 합병으로 취득한 롯데물산 주식의 일부를 매각하면서 발생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송금받은 자금”이라며 “송금받은 돈은 전액 양도소득세 납부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황 회장과 이 회장, 김 회장의 자녀 등도 각각 100만~150만달러를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창민/유승호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