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2일 오전 4시31분

[마켓인사이트] 자회사 부실해도 감사인 강제지정 추진
정부가 외부감사인 강제 지정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기업뿐 아니라 자회사 자산과 부채까지 포함된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재계 일각에선 부실 자회사를 뒀다는 이유로 재무상태가 나쁘지 않은 모기업까지 감사인을 지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감사인 강제지정 대상 기업을 정할 때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등을 산출하기로 했다. 모회사 재무상태에 큰 영향을 주는 자회사 자산과 부채를 합쳐 부채비율을 살펴본 뒤 강제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위는 지난달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외부감사인 강제 지정 대상을 △부채비율 200% 초과 △동종업계 평균 부채비율 1.5배 초과 △이자보상배율 1 미만 등 세 가지 요건에 동시에 해당하는 상장사로 정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에 못 미칠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은 다음달 29일부터 발효된다.

금융위는 그러나 당시 부채비율 및 이자보상배율 산정기준을 연결 재무제표로 할지, 별도 재무제표로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강제지정 대상이 그룹이 아닌 개별 기업인 만큼 종속 자회사의 재무상태를 뺀 별도 재무제표가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무상태가 나쁜 자회사를 둔 기업은 별도 재무제표로 산정할 때보다 부채비율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우량 자회사를 둔 곳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1650여개 상장사 중 8%가량인 130여개가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장사의 업종 분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나오는 ‘대분류’를 기준으로 하되 제조업에 한해 ‘중분류’를 적용키로 했다. 식음료 유통 의류제조 방송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기업에 대해선 ‘주력사업’을 기준으로 업종을 분류하기로 했다.

재계 일각에선 반발하고 있다. 자회사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면 재무상태가 괜찮은 모기업까지 강제지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좌제와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종속회사 업종이 제각각인데 모회사 대표 업종만 따져 ‘업종 평균 부채비율’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재무상태가 나쁜 기업은 분식 가능성이 높아 예방 차원에서 감사를 강화하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억울하게 감사인을 지정받는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세부 보완책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연결 재무제표

지배·종속 관계에 있는 회사들을 단일 기업집단으로 보고 각각의 재무제표를 통합해 하나로 만든 재무제표. 지배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소유하면서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30% 넘게 소유하면서 최대주주인 계열사는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이다.

오상헌/하수정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