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사내 소통법?…인사직무 필요 역량?" 면접관, 10분 PT 끝나자 소나기 질문
“SK텔레콤에서 KT로 옮긴 것은 단말기 보조 때문이 아니었나요.” “HR담당자에게 중요한 마인드 세 가지를 말해 보세요.” “회사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위한 좋은 방안이 있나요.”

서울 충정로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최근 열린 ‘SK탤런트 페스티벌’ 역량 프레젠테이션(PT·사진)방. “대학시절 HR 인턴 경험을 가지고 SK텔레콤과 고객은 물론 나아가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사람이 되겠다”라는 내용의 J씨(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4) 역량PT가 끝나기가 무섭게 면접관들의 속사포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J씨는 미리 준비된 질문이었다는 듯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면접관의 말에 “역량을 보여드릴 기회를 줘 감사하다”며 말을 맺었다. J씨는 방을 나오면서 기자에게 “너무 긴장돼 점심도 못 먹었는데 이제야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JOB] "사내 소통법?…인사직무 필요 역량?" 면접관, 10분 PT 끝나자 소나기 질문
역량PT는 SK그룹이 2012년부터 기존 스펙 중심의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지원자의 ‘참된 역량’을 보고 채용하기 위한 방식이다.

역량PT는 마케팅·영업·상품기획 직무 지원자를 위한 도전형 인재전형과 연구개발(R&D)·소프트웨어(SW) 개발 분야의 창의형 인재전형으로 이뤄졌다. 도전형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은 SK텔레콤·네트웍스·C&C·건설·플래닛 등이다. PT 시간은 질의응답을 포함해 20분. 역량PT 우수자에게는 서류전형을 면제해 준다.

주로 이공계생을 대상으로 하는 창의형 인재전형은 SK텔레콤·C&C·하이닉스 등 세 곳에 지원하는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다. R&D와 SW 분야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다소 전문적인 부분이라 30분간 PT가 이어지며, PT 우수자에게는 서류전형과 SK인·적성 시험인 SKCT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SK 관계자는 “역량PT에 불합격해도 공채 지원에는 전혀 불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역량PT는 사전 지원자 가운데 400명을 선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8개의 방에서 이틀간 이어졌다. 면접관은 인사담당자와 해당 기업 매니저였다. 인문계 출신이 많은 도전형과 창의형 전형의 비율은 8 대 2라고 SK 측은 설명했다.

지원자들은 방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저장장치를 PC에 꽂은 뒤 10~15분간 PT를 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패널로 PT 내용을 제작해온 지원자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면접관으로 참여한 윤흥수 SK그룹 인사팀장은 “지난해보다 지원자들의 수준이 대체로 높아졌다”며 “일반적인 스토리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지원 직무와 연관시키는 부분에서 디테일이 보강되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후 5시가 넘었지만 역량면접장 밖에서는 15명의 지원자가 PT를 기다리고 있었다. SK C&C의 정보기술(IT) 부문에 지원한 K씨(한동대 컴퓨터공학4)는 “창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스마트폰 앱을 별도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파도 있었다. 뉴욕주립대 화공과를 나온 P씨는 “유학시절의 다양한 경험을 살려 SK건설 화공플랜트 부문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SK는 역량PT 결과를 다음달 10일 서류전형 합격자와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서류전형 합격자는 10월19일 SKCT를 치른 뒤 11월 각사 면접을 거쳐 내년 1월 입사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