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치색 물드는 하나·외환銀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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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신 금융부 기자 hanshin@hankyung.com
“조기통합을 위해 외환은행 자주성을 상징하는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야만적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하나·외환은행 조기합병 반대 집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노동조합 위원장의 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재야운동가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말이다. 이날 집회에는 참여연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한국작가회의 등도 참가했다. 외부 단체들이 참여하면서 정치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외환시장에 대적하려면 외환은행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날 집회에서 제기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1970~1980년대에 많이 들어본 듯한 이 같은 화법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완전개방시장인 외환시장에는 모든 은행들이 참여할 수 있고, 하나은행에 통합된다고 해서 외환은행의 외환기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날 나온 또 다른 주장은 외환은행이 통합되면 소송을 통한 론스타의 불법성을 밝히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합병된다 해도 법인의 실체는 이어지는 만큼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떠난 론스타의 ‘죄’를 묻기 위해 한국 금융시장의 시계를 멈춰야 한다는 생각도 과도하다.
사측이 5년 독립경영 보장약속을 어기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100% 주주임에도 합병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외환은행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나·외환은행 통합은 기본적으로 노조와 사측 간의 문제다. 외부에서 정치적 관점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최근 외환은행 내부전산망에 노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직원은 “우리는 시민운동가도, 투쟁가도, 혁명가도 아니다”고 했다. “대화에 나서면 진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올라왔다. 대화에 나설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노조의 자유다. 하지만 철 지난 운동과 투쟁의 관점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직원들의 주문은 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한신 금융부 기자 hanshin@hankyung.com
지난 17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하나·외환은행 조기합병 반대 집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노동조합 위원장의 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재야운동가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말이다. 이날 집회에는 참여연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한국작가회의 등도 참가했다. 외부 단체들이 참여하면서 정치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외환시장에 대적하려면 외환은행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날 집회에서 제기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1970~1980년대에 많이 들어본 듯한 이 같은 화법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완전개방시장인 외환시장에는 모든 은행들이 참여할 수 있고, 하나은행에 통합된다고 해서 외환은행의 외환기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날 나온 또 다른 주장은 외환은행이 통합되면 소송을 통한 론스타의 불법성을 밝히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합병된다 해도 법인의 실체는 이어지는 만큼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떠난 론스타의 ‘죄’를 묻기 위해 한국 금융시장의 시계를 멈춰야 한다는 생각도 과도하다.
사측이 5년 독립경영 보장약속을 어기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100% 주주임에도 합병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외환은행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나·외환은행 통합은 기본적으로 노조와 사측 간의 문제다. 외부에서 정치적 관점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최근 외환은행 내부전산망에 노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직원은 “우리는 시민운동가도, 투쟁가도, 혁명가도 아니다”고 했다. “대화에 나서면 진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올라왔다. 대화에 나설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노조의 자유다. 하지만 철 지난 운동과 투쟁의 관점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직원들의 주문은 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한신 금융부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