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불안하다' 말 나오는 아시안게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수영에서 박태환(25·인천시청)과 쑨양(23·중국)의 첫 대결이 열린 지난 21일 오후. 각국 취재기자들이 일하는 인천 송도 메인 프레스센터에 긴 줄이 생겼다. 박태환, 손연재 등 스타들의 경기를 취재할 수 있는 ‘하이 디맨드 티켓’을 선착순으로 나눠 준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 기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 티켓은 ‘도깨비 티켓’처럼 순식간에 동났다.

하이 디맨드 티켓은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스타들의 경기에 각국 취재진이 너무 많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별도로 만든 출입증이다. 원래 기자들은 모든 경기장을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지만 몇몇 경기는 취재인원을 제한한다. 문제는 이 제도가 사전에 제대로 공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 기자들도 우왕좌왕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수십 명의 외국 기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이 열린 문학박태환수영장 안의 혼란도 심했다. 취재인원을 제한했지만 좌석을 확보하지 못한 기자들이 계단을 꽉 채웠다.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배드민턴 경기장에서는 주심과 선심, 통역 등이 대기하는 좌석 티켓이 일반 관중에게 판매돼 큰 혼란을 빚었다.

20일 오후 11시38분부터 50분까지 안전장치 오작동으로 성화가 꺼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성화가 대회 도중 꺼진 것은 국제적 망신이다. 조직위가 대회 운영요원에게 제공하는 식사도 부실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봤지만 “내 업무 분야가 아니다” “시스템이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급기야 대한양궁협회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본선 경기장에 미디어석을 확장하고 햇빛 가림막을 세우기로 했다. 운영요원을 위한 도시락은 별도로 지급한다. 협회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손님을 모시는데 한국 양궁만이라도 한국의 체면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부실한 운영으로 자칫 국제 망신을 사지 않을지 걱정이다.

인천=최만수 문화스포츠부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