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했다, 경미야” > 정경미(29)가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78㎏급 결승전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한 뒤 서정복 감독 등에 업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잘했다, 경미야” > 정경미(29)가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78㎏급 결승전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한 뒤 서정복 감독 등에 업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리 디스크 통증 때문에 중간에 유도를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둬 기쁩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진통제 투혼' 정경미, 유도 남북대결서 '金'
한국 여자 유도 중량급의 간판 정경미(29·하이원)가 북한 유도의 1인자 설경(24)을 꺾고 한국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2연패의 쾌거를 일궜다. 유도선수로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금자탑을 쌓은 정경미는 우승을 확인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정경미(세계랭킹 8위)는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78㎏급 결승에서 설경(세계랭킹 11위)을 지도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정경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78㎏급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7명이 출전한 78㎏급에서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정경미는 2회전(4강)에서 만난 바툴가 문크흐투야(세계랭킹 28위)에게 경기 시작 1분15초 만에 빗당겨치기로 절반을 빼앗으며 앞서갔고, 여세를 몰아 16초 뒤에 곁누르기로 한판승을 따내 가볍게 결승에 올랐다. 설경 역시 8강 1회전에서 우메키 마미(일본·세계랭킹 45위)를 안다리 후리기 절반으로 꺾은 뒤 준결승에서 중국의 장저후이(세계랭킹 41위)를 경기 시작 45초 만에 소매들어 허리채기 한판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진통제 투혼' 정경미, 유도 남북대결서 '金'
정경미는 한 경기를 더 치르며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낀 설경을 상대로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쳤고 경기시작 1분23초 만에 지도를 빼앗아 앞서갔다. 정경미는 경기 종료 1분12초를 남기고 지도 1개를 더 얻어냈고, 막판 지도 1개를 내줬지만 그대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한참 눈물을 흘린 정경미는 “상대의 기량이 뛰어나 장기전으로 가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여자 유도 대표팀의 맏언니 정경미는 166㎝의 키에 81㎏의 다부진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근력이 뛰어나다. 전북 무장초교와 영선중고교, 용인대를 거쳐 2008년 3월 하이원에서 실업 생활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와 투포환을 했던 정경미는 TV에서 유도 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보고 전향했다. 이후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3년에는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 전관왕을 달성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 78㎏급 동메달을 목에 걸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여자부 메달을 선물했다.

유도 선수로서 환갑의 나이를 맞았지만 정경미는 3개월 전부터 허리에 진통제 주사 치료를 받으며 인생의 새로운 목표인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침내 아시안게임 2연패의 고지를 밟으며 한국 유도사에 정경미란 이름 세 글자를 확실히 새겼다.

한편 곽동한(22·남자 90㎏급), 조구함(22·남자 100㎏급), 김성민(27·남자 100㎏급), 김은경(26·여자 78㎏ 이상급)은 이날 유도에서 4개의 동메달을 합작했다.

인천=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