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시험에 떨어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에게는 시험 채점 점수를 원칙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로스쿨 출신 검사의 출신 대학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에 이어 법무부의 로스쿨 관련 ‘깜깜이’ 정책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로스쿨 졸업생 최모씨가 “채점 점수를 알려주지 않은 채 내린 변호사시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보 비공개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보 공개로 개별 채점위원의 신분이나 평가 기준, 평가 방법이 드러나지 않고 피고의 업무가 폭증할 우려도 없다”며 “선택과목 필기시험의 채점 점수 공개는 과락으로 불합격처분을 받은 응시자의 이익과 관련되어 공개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최씨는 지난해 1월 제2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후 선택과목 필기시험 점수가 합격최저점수(과락 기준 점수)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불합격했다. 이에 해당 과목의 채점 점수에 대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법무부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 측은 “채점 점수가 공개되면 난이도에 따라 특정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 다양한 분야의 변호사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거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목별 난이도가 매년 같지 않은 점 △조정점수 제도가 이미 도입돼 있는 점 △현재도 이미 선택과목별 응시율에 차이가 있는 점 등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사 시험법 제18조에 따르면 시험에 불합격한 사람은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 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본인의 성적 공개를 청구할 있다. 단 ‘공개하면 시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떨어지고도 본인의 시험 점수를 공지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 판결로 인해 로스쿨과 관련한 법무부의 과도한 비공개 정책도 또다시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법원은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로스쿨 출신 검사들의 학교 등 출신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8일 사법 시험을 존치하고 변호사시험에서 본인이 원할 경우 성적을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나승철 서울변호사장은 “법무부가 로스쿨과 관련해 지나치게 밀실행정을 하고 있다는 점을 법원이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배석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