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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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보유주식을 '너도나도' 팔아치우면서 코스피 지수도 8월 이후 최저 수준(2025.16)까지 주저앉았다.

증시전문가들은 '셀 코리아(sell korea)'를 외치고 있는 외국인이 '잘 알려지지 않은 주체', 즉 조세회피지역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23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동안 7030억 원 이상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본격적인 '팔자'로 돌아선 지난 11일 이후로는 8140억 원 이상 매도 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은 추석 연휴 전까지만 해도 9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는 등 지난달 12일 이후로 한 달 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곤 날마다 '사자'를 외쳤다. 이들은 특히 '코스피지수 2100 시대'를 바라보던 7월 말까지 두 달 넘도록 매수 강도를 높였고, 이 덕분에 지수도 2090선을 뚫어내기도 했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추석 연휴 이후 뚜렷해졌다. 매도세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시장에 부담 요인이다.

외국인은 지난 주말부터 2000억 원 이상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틀 이상 2000억 원 이상 매도 기록은 5월 초 이후 넉달여 만에 처음이다.

증시전문가들은 "2007년 이후 주요 외국계 자금의 특징을 세분해 본 결과, 최근의 매도세는 조세회피지역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동양증권 민병규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참여하는 외국계 자금 전체의 움직임은 MSCI World Index와 높은 상관 관계를 보이는데 해당 지수가 지난 주간 0.63% 상승했다"면서 "반면 외국인 매도세가 강화된 것을 감안하면 매도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적 장기적인 투자 성향은 지닌 미국·유럽계와 달리 유출입이 잦은 조세회피지역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세회피지역의 자금은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되고, 원·달러 환율과 높은 역의 상관관계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민 연구원은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향하기 시작한 것이 9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직후라는 점에서 착안, 원·달러 환율과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조세회피지역 외국인이 최근 매물의 정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세회피지역의 자금 이탈 현상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조세회피지역 자금은 조만간 매수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다"면서 "주말 G20 회의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이는 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대부분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원·달러 환율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금리 저점 인식이 공유되고 있어 단기적인 성향을 보이는 조세회피지역 자금부터 순매수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게 동양증권의 전망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