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괴짜군수 임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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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충북 괴산군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잠깐의 행사가 아니다. 괴산군은 그렇게 하겠노라고 아예 조례를 만들어 입법 예고했다. 결혼식뿐만 아니다.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유언장만 써도 100만원을 준다. 이 기발한 발상은 모두 괴짜 군수 임각수 씨(67)의 작품이다. 며칠 전에는 자신이 죽으면 꼭 괴산에서 장례를 치러달라고 자식들에게 당부하는 유언장을 여러 명이 보는 앞에서 쓰기도 했다. 그는 지역명품인 괴산절임배추를 만들고 남은 소금물 80t을 처리하는 데 애를 먹자 아예 ‘육지염전’과 염전 체험교실을 만들기도 했다.
그에겐 확실한 목표가 있다. ‘2018년 인구 5만명, 관광객 1000만명’이다. 유언장이든 결혼식이든 손님들이 몰려오면 돈도 쓰고 기름도 넣고 관광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주위의 시선도 개의치 않는다. 2011년 군 장교 양성시설인 학생군사학교를 유치할 때 얘기다. 임 군수는 “괴산에는 장군봉이 있어 여기서 훈련받으면 장군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설득했다. 알고 보니 그저 그런 봉우리에다 학교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장군봉’이라는 이름을 급조해 붙인 것이었다. 학생군사학교와 특전사 낙하훈련장을 유치한 결과 매년 군인과 면회객 등 60만명이 괴산을 다녀가고 있다고 한다.
2012년엔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국립묘지인 ‘국립 괴산 호국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개원하면 연간 250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과도 인연이 있다. 2010년 한경이 직장인 축구인 ‘한경 블루오션 직장인 축구리그’를 창설할 때도 “전국의 중심에 있는 괴산에서 축구대회가 반드시 열려야 한다”며 그 자리에서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상주 인구를 늘리기 위해 2008년에는 ‘미혼자 국제결혼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시집왔다가 남편과 사별한 젊은 부인이 친동생을 불러와 시동생과 결혼하도록 한 미담은 전국 방송을 타기도 했다.
경쟁자가 있는 정치인이다 보니 그의 기행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군수 출마예정자들에게 마라톤, 턱걸이 등으로 체력테스트를 하자고 공식 제안해 화제가 되긴 했지만 ‘고령이라는 약점을 숨기려는 정치적 꼼수’라는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제 그는 이 부담에선 벗어났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세 번째 당선됐다. 벌써 괴짜의 퇴장이 아쉽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그에겐 확실한 목표가 있다. ‘2018년 인구 5만명, 관광객 1000만명’이다. 유언장이든 결혼식이든 손님들이 몰려오면 돈도 쓰고 기름도 넣고 관광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주위의 시선도 개의치 않는다. 2011년 군 장교 양성시설인 학생군사학교를 유치할 때 얘기다. 임 군수는 “괴산에는 장군봉이 있어 여기서 훈련받으면 장군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설득했다. 알고 보니 그저 그런 봉우리에다 학교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장군봉’이라는 이름을 급조해 붙인 것이었다. 학생군사학교와 특전사 낙하훈련장을 유치한 결과 매년 군인과 면회객 등 60만명이 괴산을 다녀가고 있다고 한다.
2012년엔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국립묘지인 ‘국립 괴산 호국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개원하면 연간 250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과도 인연이 있다. 2010년 한경이 직장인 축구인 ‘한경 블루오션 직장인 축구리그’를 창설할 때도 “전국의 중심에 있는 괴산에서 축구대회가 반드시 열려야 한다”며 그 자리에서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상주 인구를 늘리기 위해 2008년에는 ‘미혼자 국제결혼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시집왔다가 남편과 사별한 젊은 부인이 친동생을 불러와 시동생과 결혼하도록 한 미담은 전국 방송을 타기도 했다.
경쟁자가 있는 정치인이다 보니 그의 기행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군수 출마예정자들에게 마라톤, 턱걸이 등으로 체력테스트를 하자고 공식 제안해 화제가 되긴 했지만 ‘고령이라는 약점을 숨기려는 정치적 꼼수’라는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제 그는 이 부담에선 벗어났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세 번째 당선됐다. 벌써 괴짜의 퇴장이 아쉽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