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의 거품이 고통스럽게 붕괴될 것이다.”(줄리언 로버트슨 타이거매니지먼트 공동 창업자)

“채권이 너무 고평가돼 있다.”(윌리엄 콘웨이 칼라일그룹 공동 창업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거물’들이 최근 과열 모습을 보이는 채권시장에 대해 잇따라 경고하고 나섰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신흥국과 투기등급 채권에조차 글로벌 뭉칫돈이 몰리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분석이다.

‘헤지펀드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로버트슨 창업자는 블룸버그마켓이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주최한 한 행사에 참석, “글로벌 채권시장이 붕괴 직전에 놓였다”며 “실제 붕괴가 이뤄지면 매우 고통스럽게 상황이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경제가 회복 추세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채권 거품 붕괴 등의 위험이 여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타이거매니지먼트는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헤지펀드다. 로버트슨 창업자는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수익률 25%를 기록한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였다.

그는 “지금 채권 가격은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상황이 심각한 데도 투자자들이 이 같은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세계 최대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콘웨이 창업자는 “아직 채권 거품 붕괴를 야기할 뚜렷한 촉매제를 찾지 못했다”면서도 “채권 가격은 분명히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콘웨이 창업자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계속 채권을 사고 있기 때문에 거품 붕괴 시점을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위험을 예측하고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벤치마크(기준) 격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현재 연 2.5%에서 움직이고 있다.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만기가 긴 채권과 신용등급이 낮은 투기등급 채권(정크본드)에 몰리고 있다. 투자 위험은 크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서다.

그동안 드물던 만기 50년 이상 초장기 채권과 아프리카 등 신흥국 국채도 최근 잇따라 발행되고 있다. 터키, 루마니아, 멕시코 등 신흥국이 올 상반기 발행한 국채는 동기 대비 사상 최대인 700억달러(약 72조8300억원)에 육박했다. 정크본드 시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정크본드의 투자자 보호가 취약하다고 경고했지만 올 들어서만 미국에서 2500억달러에 이르는 정크본드가 발행됐다. 작년 사상 최대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 완화를 끝내고 금리를 올리기 전에 최대한 초저금리 혜택을 누리면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각국 정부와 기업의 이해 및 투자자의 충분한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신흥국과 정크본드에서부터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채권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