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참엔지니어링이 역외 탈세 혐의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거래소는 23일 이 회사 대주주의 횡령·배임설이 돌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23일 세무당국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업체인 참엔지니어링에 대해 2~3개월 일정으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을 전담하는 국제거래조사국이 맡았다. 국세청은 대주주의 횡령·배임이 있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엔지니어링의 대주주는 한인수 대표이사 회장(지분율 16.96%)이다.

당국 관계자는 “국세청이 베트남 홍콩 대만 싱가포르 중국 등에 산재해 있는 참엔지니어링의 해외 법인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심 계좌를 적발한 것으로 안다”며 “탈세액 규모는 적어도 수십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참엔지니어링은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37.4% 늘어난 1359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올 상반기 다시 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501.65%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3.42% 급락한 1290원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486억원으로, 3년 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한 회장 등 경영진이 지난 22일 23만여주를 장내 매수했지만, 자사주 매입액이 3억원 정도에 불과해 주가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상장회사의 횡령이나 배임 행위가 드러나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엔지니어링 측은 “세무조사는 맞지만 횡령·배임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