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독주 막아라…자존심 회복 나선 글로벌 SPA '빅2'…롯데-자라·신세계-H&M '굳세진 동맹'
스페인 ‘자라’와 스웨덴 ‘H&M’은 세계 1, 2위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일본 ‘유니클로’에 밀려 고전해왔다. 국제적인 위상에 비해 한국에서는 존재감이 약했던 이 두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자라는 합작 파트너인 롯데쇼핑과 손잡고 매장을 확충하는 한편 온라인 유통망도 넓히기로 했다. 자라는 한국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쇼핑할 수 있는 ‘자라 온라인 스토어’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이곳에선 자라의 모든 제품을 오프라인과 똑같은 가격에 판매하며, 신상품도 주 2회씩 입고된다. 유통업계의 화두인 ‘옴니 채널’(온·오프라인 경계 허물기) 전략을 도입해 쇼핑 편의를 높인 점이 눈에 띈다. 온라인에서 구입한 제품은 택배로 받는 것 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입어본 뒤 찾아갈 수도 있다.

자라는 세계 최대 패션업체인 스페인 인디텍스 소속의 SPA 브랜드로, 한국에는 2008년 진출해 4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자라의 한국법인인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인디텍스가 80%, 롯데쇼핑이 20% 지분을 투자한 합작회사다. 이 영향으로 백화점에서는 롯데에만 입점(17곳)하고 있지만, 지난해 롯데 안양점 등에서 매출 부진을 이유로 퇴출당하기도 했다. 자라의 한국 매출은 2010년까지는 유니클로보다 높았지만 이듬해 역전당해 지금은 격차가 세 배 넘게 벌어졌다. 롯데쇼핑은 유니클로 한국법인 지분도 49% 갖고 있다.

올초 스페인 자라 본사 경영진과 롯데쇼핑 고위 경영진이 만난 이후 양측의 전략적 제휴가 강화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자라가 합작 형태로 진출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극소수”라며 “롯데의 유통 역량을 신뢰하는 만큼 향후 신규 매장 출점 등과 관련해 탄탄한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H&M은 그동안 수도권 위주로 매장을 내다가 최근에는 대전, 대구, 청주, 부산 등 지방으로 확장하고 있다. 계열 브랜드인 ‘코스’와 ‘H&M홈’도 한국에 들여와 조만간 1호점을 연다.

H&M은 백화점 중에선 신세계를 우군으로 두고 있다. 신세계는 인천점에 H&M을 입점시키면서 1~3층에 걸쳐 총 2300㎡(약 700평)를 내줬고, 수수료율도 8% 선을 적용하는 ‘특급 대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유니클로와 자라를 선점하자 신세계는 H&M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고 전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가두점 등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것과는 달리 자라와 H&M은 매장 확대에 신중했다”며 “그러나 국내 SPA 시장에서 유니클로가 독주하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