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계열 급식기업인 이씨엠디(ECMD)가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세종청사 3단계의 구내식당 위탁운영 업체로 선정됐다. 이로써 정부세종청사 1~3단계의 구내식당 운영업체는 미국계 급식기업인 아라코와 동원홈푸드, ECMD 등 외국계 기업과 중견기업이 나눠 갖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2012년 3월 중소 급식업체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을 금지했지만 시장은 정부 의도와 딴판으로 움직이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안전행정부 정부청사관리소는 오는 12월 이주할 예정인 국세청과 법제처 등 정부세종청사 3단계 구내식당 위탁운영자로 ECMD를 지난 19일 선정했다. ECMD는 2017년 12월까지 3년 동안 공무원 268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카페테리아와 매점 다섯 곳을 운영한다.

이번 경쟁 입찰에는 중소 급식업체 두 곳과 삼주외식산업 등 네 개 업체가 참여했다. 시장점유율 상위 업체인 아워홈과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등 대기업은 정부 방침에 따라 참여하지 못했다. 단체급식시장 점유율이 ECMD(7%)와 비슷한 CJ프레시웨이(7%)와 한화호텔&리조트(6%)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들어 외국계 기업과 중견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독식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입찰 자격조건 까다로워 中企 수주 어려워

이들이 대기업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공공기관 구내식당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정부세종청사 1단계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동원홈푸드는 지난 6월 하루 식당 이용객 수가 4000명에 달하는 강원랜드의 구내식당 운영권도 따냈다. 강원랜드는 중소 급식업체인 이조케이터링서비스가 운영하던 곳이다. 동원홈푸드는 한국산업인력공단(하루 식당 이용객 600명) 등 다른 노른자 사업장도 연이어 따내고 있다. ECMD는 지난 1월 하루 식당 이용객이 970명인 중소기업연수원의 구내식당 운영권을 따낸 것을 포함해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500명), 교통안전공단(300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소 급식업체 L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당초 정부 취지와는 달리 대기업과 비슷한 규모의 중견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매출만 늘어나고 있다”며 “가장 최근에 입찰이 이뤄진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권 11곳을 모두 이들 세 개 회사가 가져가 중소기업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세종청사 3단계 입찰에서 ‘단일 급식장 기준으로 1일 평균 1700명 이상의 구내식당 운영 실적이 있는 업체’라는 자격 조건을 달았는데 이를 충족하는 중소 급식업체는 국내 3~4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 3단계 구내식당 운영자를 뽑기 위한 입찰설명회에는 국내 중소 급식업체 20여곳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입찰 참가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해 제안서조차 내지 못했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