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변호사 시험 합격률 떨어져 문제…학생들 필수과목만 매달려"
“이런 추세라면 2019년에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20%대로 떨어지게 됩니다.”

신희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사진)가 로스쿨을 둘러싼 최근의 잇단 논란에 대해 23일 기자와 만나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사법시험 존치 등 로스쿨 제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주장이 난무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하락하면서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로스쿨 수업이 차질을 빚는 점이다.

1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진 2012년에는 합격률이 87.1%였지만 2회 75.2%, 3회 67.6% 등으로 내리막길이다. 불합격자는 5회까지 시험을 볼 수 있어 응시인원은 누적해서 늘어가는데 합격자 숫자는 전체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의 75% 수준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울대에서조차 시험 필수과목 외에는 거들떠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국제투자법을 가르치고 있는데 수강인원이 첫해는 20여명, 작년 17명으로 줄더니 올해는 10명 정도”라며 “시험과 무관한 내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은 용감한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김앤장에서 27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민·형사 관계로 법정에 선 적은 국선변호할 때를 제외하곤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국제중재나 국제통상분야에서 주로 일할 사람을 송무(소송) 잣대로 평가하고 형사 등 법정소송에 치중하도록 몰아가는 것도 문제”라며 현재 변호사시험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이 최고 명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학문적 역량에 더해 공익을 강조하는 등 특색 있는 커리큘럼을 학교가 제공하고, 학생들이 변호사시험과 관계없이 관심 있는 강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예일대 법학박사(JSD) 출신인 신 교수는 “‘한국판 예일로스쿨’을 만들고 싶다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 이상(초시 응시인원 대비)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래 사법시험을 통해 변호사가 되는 비용보다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가 되는 비용이 두 배가량 비싸다는 일부 지적에 그는 “합격률 3%인 사법시험과 60%가 넘는 로스쿨 변호사시험 간에 들인 비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사범시험 응시자의 절대다수인 95~97%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 등에서 ‘사시낭인’이 되는데 이들이 낸 학원비, 하숙비와 흘려보낸 젊은 청춘 등 사회적 비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지적이다. 그는 “합격률 3% 전후인 사법시험에 붙기 위해 수천만원 비용을 들이는 것은 일종의 투기”라며 “합격자만을 비교해서 로스쿨을 ‘귀족학교’라고 부르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