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한경 포커스TV'의 영상취재가 병행됐습니다. (문화레저팀 영상취재파트 plustv@hankyung.com)



[이선우 기자] "지금까지는 공을 잘 치는 것만 생각해 왔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봤을 때 편안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난 21일 '메트라이프·한경 제36회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퀸에 등극한 '슈퍼루키' 백규정(19·CJ오쇼핑)은 시상식 직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앞으로 성적에 집착하기 보다는 매 게임마다 최선을 다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백규정은 경기도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CC에서 열린 이번 대회 4라운드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역전 드라마를 쓰며 당당히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대회 개막에 앞서 백규정을 비롯해 고진영, 김민선 등 올시즌 KLPGA투어에서 맹활약 중인 신예들의 돌풍을 예상하긴 했지만 3라운드까지 선두에 7타차 공동 10위(5언더파)에 머물렀던 백규정을 우승자켓의 주인공으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미국 LPGA 에비앙 챔피언십 메어저 타이틀을 거머쥐고 금의환향한 김효주(19.롯데)가 3라운드까지 선두를 바짝 추격하면서 대부분의 관심은 김효주의 역전우승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백규정의 우승 시나리오는 달랐다. 백규정은 4라운드 초반 보기 1개를 범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내 버디 2개를 쓸어 담으며 선두권 추격을 시작했다. 이후 11번홀 이글에 이은 12번홀 버디로 단숨에 3위까지 올라서더니 마지막 홀을 버디로 마무리하며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시즌 두번째 메이저 대회인 '메트라이프 한경 제36회 KLPGA챔피언십'에서 숨막히는 연장승부 끝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역전 우승을 일구며 메이저 퀸에 오른 백규정 선수의 우승 영상과 인터뷰를 한경 포커스TV에서 소개한다.
이제 매 경기마다 '메이저 퀸' 백규정의 '미소' 보여 드릴게요
KLPGA투어 올시즌 두번째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소감은?
역사가 깊은 대회에서 우승해 너무 기쁘다. 개인적으로 요즘 힘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대회 우승이 더욱 갚진 것 같다. 어려운 일들이 있었지만 이런 것들을 잘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격려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연장전에 들어갔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프로에서는 첫 연장전이었다. 연장전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경험했다. 그때 상대가 효주였다. (웃음) 오늘 연장전에 들어갈 때 그 당시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거의 10년 전 일인데도 오늘 유독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당시 효주와 엎치락 뒤차락 하다 결국 이겼었다.

18번홀은 장타자에게 유리한 홀인데 자신있었나?
장타자는 그만큼 떨어지는 지점이 좁기 때문에 티샷이 조심스러울 밖에 없다. 자칫 공이 왼쪽으로 많이 가게 되면 오비(Out of Bounds)가 날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기회를 허무하게 날릴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냥 '자신있게 치자'고 맘먹고 쳤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시즌 3승째다. 신인왕 타이틀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시즌 초반에는 신인왕 타이틀에 대해 의식도 했었고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허리부상과 함께 심적인 문제들이 겹치면서 골프 외적인 것들에 스트레를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인왕 타이틀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홀을 꼽는다면?
16번홀에서 드라이버가 약간 오른쪽으로 가서 러프에 들어가 있었다. 벙커 턱에서 세컨샷을 했는데 어프러치 샷이 터무니 없이 오른쪽으로 갔다. 6미터 되는 파퍼트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 시선에 들어왔다. 란(홍란)이 언니 이름 아래에 적힌 내 이름을 봤지만 당시 타수 차이가 많이 난 상황이어서 이 퍼팅만 성공하면 TOP 3에는 들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퍼팅에 성공하고 나서 '아, 괜찮다. 기회가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시즌일정이 많이 남아있다. 향후 계획은?
하반기 경기에서는 조금 공이 안 맞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하고 많은 분들이 봤을 때 편안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효주가 큰 대회(미 LPGA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너무 기쁘고 축하도 해줬다. 예전에 대표 시절에도 그랬지만 효주를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을 한다.

이선우 한경닷컴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